4.29 재.보선 출마를 선언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귀국에 대해 한나라당도 촉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이번 재.보선 최대의 관전 포인트로 부상한 정 전 장관의 향후 행보가 한나라당의 선거전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단 정 전 장관의 출마는 여권에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게 한나라당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한나라당은 이번 재.보선의 성격을 출범 2년차를 맞는 이명박(MB)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로 몰아가려는 야당의 전략에 수세적인 입장이었지만, 정 전 장관의 출마로 선거 구도 자체가 변화했다는 것.
민주당의 내홍 양상이 부각되면서 경북 경주 공천을 둘러싼 친이계와 친박계의 갈등이 희석됐다는 분석도 있다.

전략통으로 분류되는 한 친이계 초선 의원은 22일 "정 전 장관이 불출마하는 경우만 제외하곤 어느 곳에 출마하든 한나라당에 불리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이 불출마할 경우 이번 재.보선의 성격이 MB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로 환원될 개연성이 크겠지만, 무소속 출마나 전주 덕진 출마, 인천 부평을 출마 등 나머지 시나리오가 전개될 경우엔 모두 한나라당이 유리하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 한 의원은 "한나라당 입장에서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는 정 전 장관이 민주당을 탈당해 전주 덕진에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선거구도 자체가 여야 대결에서 야당과 야당의 대결로 변화할 것이라는 것.
특히 야당의 내분은 재.보선뿐 아니라 향후 여야간 정국 주도권 경쟁이란 관점에서도 한나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일반적이다.

정 전 장관이 인천 부평을에 출마하는 경우에도 한나라당에 적지 않은 이득이 될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서울이 지역구인 한 초선의원은 "한나라당 입장에선 정 전 장관이 인천으로 가 는 것도 선거전략상 괜찮은 구도"라며 "서울에 출마했던 분이 1년만에 인천으로 옮겨 출마했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키며 철새라고 공격한다면 득표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 전 장관이 민주당 공천을 받아 전주 덕진에 출마하는 경우에 대해선 평가가 다소 엇갈리는 분위기다.

정 전 장관이 호남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다면 한나라당이 수도권에서 반사이익을 얻게 될 것이란 분석도 있지만, 일각에선 이 같은 분석을 내릴만한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정 전 장관이 자신의 텃밭에서 민주당 후보로서 바람몰이를 할 경우 지금까지 별다른 스타 정치인이 없었던 민주당의 이미지와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며 "정 전 장관의 돌풍이 다른 지역구의 민주당 후보들에게 영향을 줄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