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16일 4월 재 · 보궐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간 출마여부를 놓고 고민해온 박 대표가 출마를 접음에 따라 한나라당의 거물 공천은 없던 일로 정리됐다.

반면 민주당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출마를 둘러싸고 내홍에 휩싸이고 있다. 정 전 장관의 출마 자체에 대해선 부정적 기류가 강하지만 공천 여부를 놓고 찬반 여론이 반분되는 양상이다.

◆박희태 출마 접어

박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뒷산 황률은 벌이 쏘지 않아도 때가 되면 벌어진다고 했는데 아마 오늘이 그 때인 것 같다"면서 "이미 사흘 전에 삼강주막에서 막걸리를 마시면서 불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은 전 국민이 경제 살리기에 진력해야 한다. 정치 판에 모든 걸 빼앗겨서야 되겠냐"면서 "경제살리기에 올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불출마해야 선거가 정쟁화되는 걸 막을 수 있다"고도 했다.

김효재 비서실장은 "주변의 강력한 권유가 있었으나 선거에서 한발 물러서 경제살리기에 일조하는 게 훨씬 정국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선거에 나가는 게 자신과 당 모두에 엄청난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다. 만에 하나 패할 경우 개인적으로 대표직 유지가 어렵게 됨은 물론 여권이 정국주도권을 잃는 등 후폭풍이 엄청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 22일 귀국

정 전 장관은 오는 22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선거 행보를 본격화한다. 그는 귀국 후 출마 지역인 전주로 가기 전에 정세균 대표 등 당 지도부 및 원로그룹 등과 만나 자신의 공천 문제에 대한 조율을 시도할 예정이다.

당내에선 정 전 장관의 출마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 전 장관이 자신과 30여차례 통화를 시도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전화 내용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해 진실게임 비슷하게 되면 웃음거리가 되지 않겠는가. 일절 대응하지 않겠다"라며 불편한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안희정 최고위원도 "4월 재 · 보궐 선거가 정 전 장관의 정치 재기전으로 희석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민주당 내에선 소속 의원 중 절반 이상이 정 전 장관 출마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찬성하는 의견은 그의 계보 의원들을 중심으로 1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정 전 장관의 공천여부에 대해선 찬반 여론이 반반으로 나뉘고 있다. 출마를 반대하는 의원들도 이미 출마를 선언한 이상 당내 갈등을 피하기 위해 공천을 주는 게 불가피하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한 의원은 "정 전 장관의 출마가 모양새도 좋지 않고 당과의 협의 과정도 매끄럽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전면전도 불사하겠다고 출마를 선언한 마당에 공천을 줘 파장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강동균/이준혁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