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수위 유지 차원..개성南근로자가 '도구'
南 당국자 발언에 불만 표시 가능성도

북한이 개성공단 통행을 일시 차단했다가 재개한지 사흘만인 13일 다시 통행에 제동을 걸고 나섬에 따라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는 북측에 통행 보장과 관련한 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한편 "관리가능한 상황"임을 강조함으로써 파장의 확산을 막으려 하고 있지만 국민의 신변 안전 보장과 개성공단 기업인의 활동이라는 상충되는 고려요인 속에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언제든 반복될 수 있는 북한의 이런 태도를 감안하면 우리 국민을 철수시키는 게 바람직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럴 경우 개성공단이 고사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 통행 재차단 배경 = 북한의 이날 통행 차단 조치는 '남북 긴장 관계'를 겨냥한 의도가 반영된 것일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9일 북이 남북간 출입자 명단 통보 및 승인 업무에 사용돼온 군 통신선을 차단, 개성 통행이 1차 중단됐을 당시만 해도 북한 군부가 개성공단 사업에 미칠 파장 등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채 통신선을 끊었을 개연성을 상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다음 날 곧바로 통행을 정상화했다가 사흘 뒤인 13일 재차 통행을 중단한 것은 다분히 의도된 일이라고 봐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특히 기존 출입업무 채널이던 군 통신선이 끊긴 뒤 10~12일 남북이 개성공단관리위원회를 통해 인편으로 출입 계획 통보 및 허가를 해왔다는 점에서 이날 상황은 기술적.행정적 문제로 보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사흘만에 반복된 북한의 통행 제한 조치가 결국 한반도 상황의 긴장 수위를 유지하기 위한 대남 공세의 일환일 개연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 `억류가능성' 제기에 따른 남한 및 국제 여론 악화 소지를 무릅쓰고 통행을 다시 차단한 것은 대미 협상 전략 측면에서 키리졸브 훈련 기간 한반도 정세의 긴장국면을 계속 이어갈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더욱이 10일 육로 통행 정상화 후 남에서 `북한이 한발 물러섰다'는 여론이 제기되자 `키리졸브 훈련'에 대한 자신들의 엄중한 상황 인식과 대남 강경 입장을 재확인할 필요를 느낀 나머지 개성공단과 공단 내 우리 국민을 긴장유지의 도구로 재차 활용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또 자신들이 `평화적 우주이용'이라며 인공위성 발사 계획(4.4~8 사이)을 국제기구에 통보했다고 발표한 다음 날 다시 출입을 통제한 점에 주목하는 이들도 많다.

이는 현인택 통일장관이 12일 국회에서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주장을 `미사일 발사'로 규정한 것에 대한 반발이자 발사 후 우리 정부가 주도적으로 대북 제재에 나설 경우 남북관계가 더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될 것임을 경고하는 조치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이명박 대통령이 12일 "남북관계를 잘 해나가고 있다는 얘기를 듣기 위해 단기적 처방을 내놓는 것은 옳지 않다"며 원칙을 강조한 것이나 11일 KAL 858기 폭파범인 김현희씨가 부산에서 일본인 납북 피해자 가족을 만난 일에 대한 반발 차원에서 `몽니'를 부리는 것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부 마땅한 대응책 없어 = 결국 우리 정부는 불과 사흘 만에 다시 북한 내 우리 국민의 신변 안전을 걱정하게 됐다.

앞서 9일의 경우 하루 만에 통행이 정상화됐지만 이번에도 그러리라고 장담할 근거는 없는 상황이라 만약 통행 차단 조치가 며칠 간 지속될 경우 북한 내 우리 국민은 준(準) 억류자 상태가 된다는 점을 정부는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또 북한이 만약 통행을 다시 정상화하더라도 언제 다시 중단될지 모르기 때문에 정부로선 20일 끝나는 키리졸브 훈련 기간, 상황에 따라선 그 이후로도 우리 국민의 방북을 허용할지 말지에 대한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할 상황이다.

국민의 신변안전 문제를 최우선으로 고려하자면 방북 중단 및 개성공단 체류자 철수 조처를 해야겠지만 그 경우 90여개 우리 기업이 가동 중인 개성공단이 고사위기에 빠지게 된다는 점을 정부로선 고민할 수밖에 없다.

공단의 봉쇄는 입주업체와 하청업체들에게 큰 타격을 입히는 것은 물론 남북관계의 안정적 관리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기도 저러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는 13일 북한의 통행 차단이 남북간 합의 위반임을 강조하고 정상화를 촉구하는 성명을 내는 선에서 대응했다.

현재로선 북한에 사태의 방향키를 맡긴 채 촉구성 메시지를 내는 것 외에는 마땅한 대응수단이 없음을 노출한 것이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도 "북측과의 소통에는 문제가 없으며 통제 및 관리가 가능한 상황"이라며 "현재 (억류가 아니라) 우리 측 인원의 귀환에 차질이 초래되고 있는 상황으로 판단한다"고 말했지만 향후 사태의 전개 방향과 상황별 정부의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시원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