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군 통신선 차단을 비롯한 군사적 위협은 유지하면서도 개성공단 육로 통행은 단 하루 만에 전면 허용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해제 조치는 그동안 북한이 보여준 '정경분리기조'와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북한이 미국과의 양자대화를 목적으로 대남압박 전술을 강화하고 한반도 정세에 불안을 야기시키고 있지만 자신들의 어려운 경제 현실을 고려해 개성공단 등 남 · 북 경협에는 손을 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이명박 정부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과 인공위성 발사 경고 등 위협 수위를 높여왔지만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등에 대한 언급은 일체 하지 않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국제사회 여론 악화 우려

북한이 하루 만에 통행을 재개한 것은 국제사회의 여론 악화를 우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은 군 통신선 차단에 이은 개성공단 남측 체류자 귀환 불허 조치로 사실상 '인질 억류'라는 국제사회의 비난에 직면할 수도 있다. 국제사회에서 '인질 억류'는 곧 '테러'라는 공감대가 확산돼 있어 국제사회의 제재 가능성도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또한 9일 방한 중이었던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북한의 군통신 차단에 이은 북한 내 남측체류자 억류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면서 이번 사태가 북한이 소망하는 북 · 미 양자 대화에도 이득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목적 충족 가능성

일부에서는 군 통신선 차단 조치가 북한이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키 리졸브' 훈련의 맞불 성격이라는 점에서 체류자 억류 카드로 기대 이상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해 생각보다 빨리 통행을 허용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북한 입장에선 '키 리졸브'에 대한 국제사회의 부정적인 여론을 환기시키는 효과는 거뒀다는 판단을 했음 직하다.

또한 정치적으로 햇볕정책의 상징인 개성공단이 북측의도로 위태롭게 된다면 북한이 주장하는 '6 · 15,10 · 4 남북공동선언 이행하라'는 주장에 모순이 생긴다는 점도 부담이었다.

◆개성공단 외화수입에 미련

북한의 어려운 경제 현실 속에서 개성공단은 북측의 쏠쏠한 외화벌이 수단이다. 개성공단에서 근무하고 있는 북측 근로자 3만8000여명은 매달 1인당 73달러 정도를 받아 연간 3352만달러(약 507억8280만원)에 달하는 외화를 벌어들인다. 개성공단 억류가 자칫 공단폐쇄로 이어질 경우 북한은 대규모의 실업사태에 직면해 내부적인 혼란에 봉착할 수도 있다.

아울러 개성공단 폐쇄 시 감당해야 할 대외 신인도 악화도 북한의 '선택'을 재촉한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이 폐쇄될 경우 그렇지 않아도 북한의 정치적 환경 때문에 투자를 꺼리는 외국인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게 자명하기 때문이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