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찬.신지호 등 다른 의원은 소환 불응

지난해 12월의 `국회폭력'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9일 민주당 강기정 의원과 문학진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강 의원은 애초 당 회의를 이유로 경찰 출석에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으나 이날 오후 늦게 출석하겠다는 뜻을 알린 뒤 오후 7시께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나와 2시간 가량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강 의원을 상대로 사건 경위와 당시 회의장 내에서 폭력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 등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강 의원은 지난해 12월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 과정에서 한나라당 권경석 위원장의 입을 막는 등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지난 1월8일 국회사무처에 의해 고발됐다.

앞서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께 같은 당 문학진 의원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약 5시간 동안 조사를 벌였다.

문 의원 측은 "애초 10일 경찰에 출석할 예정이었으나 다른 일정 때문에 예정보다 하루 일찍 소환에 응했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조사를 마친 뒤 취재진에게 "(국회에서 폭력 행위가 있었던 부분에 대해) 부인할 이유가 없다"며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미화될 수 없는 만큼 민주주의와 평화를 사랑하는 국민께 죄송하다"고 심정을 밝혔다.

그는 "국회에서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고 결과적으로는 (폭력행위가) 부적절했지만, 왜 그런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졌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오늘 조사에서도 이번 사태의 선후관계와 원인제공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네차례에 걸친 소환 통보에 불응한 그는 경찰 출석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 "국회 회기 중이었고 부분적으로는 한나라당과 일부 언론이 겉으로 드러난 폭력 장면만 부각시켜 여론몰이를 하는 상황에 말려드는 것을 우려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경찰 출석은 당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며 적법한 절차에 따른 소환 요구에 응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인 만큼 국회 폭력 사태에 연루된 다른 민주당 의원들도 모두 경찰에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문 의원은 지난해 12월26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상정 과정에서 회의장 출입문을 부수는 등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국회사무처에 의해 고발됐다.

그러나 이날 경찰에 나와 조사받을 것을 요청받은 다른 의원들은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은 "국회 사태와 관련해 경찰에 출석할지는 개인 신상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당 차원에서 결정할 문제"라며 경찰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같은 당 신지호 의원도 다른 일정 때문에 경찰에 출석할 수 없다는 뜻을 경찰에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10일 출석을 요청받은 의원들 중에서 한나라당 박진 의원은 다른 의원들과의 조율을 이유로,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부당한 경찰 조사에 응할 생각이 없다는 이유로 각각 출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cielo78@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