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를 열고 전날 여야간 합의에 따라 미디어관련법을 처리키로 했으나 몸싸움으로 회의를 시작하는 등 후유증을 앓았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회의가 시작하자마자 지난달 25일 고흥길 위원장이 신문법.방송법 등 22개 미디어관련법을 직권상정한 것을 두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회의 시작과 함께 "날치기꾼을 어떻게 (위원장으로) 인정하느냐. 이제 고 의원으로 부르겠다"며 고 위원장의 공식 사과를 요청하고 의사 진행을 거부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이 위원장석에 앉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곧바로 끌어내렸다.

이어 격분한 이 의원과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은 위원장석 바로 뒤에서 멱살잡이를 하며 막말과 고성을 주고 받는 등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 시간여가 지나고 회의를 간신히 시작했지만 설전은 계속됐다.

이종걸 의원은 분이 풀리지 않은 듯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해 "고 위원장이 불법 날치기 시도에 대해 재발방지 약속을 한다고 했지만 어정쩡한 태도를 규탄한다"며 "위원장이 노년의 나이에 뭘 얻으려고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불법.속임수에 의한 날치기 시도 등 인정할 수 없는 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또 "직권상정을 한다는 압박에 민주당 지도부는 심신이 상실된 상태에서 합의했기 때문에 범죄 논리에 의해서도 무효"라며 "어떤 공명과 이익을 취하기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노인 폄훼' 발언이라며 발끈했다.

정병국 의원은 "상임위가 자체적으로 해결을 못 하고 여야간 대표단 회의를 통해서 했다는 데 자괴감을 느낀다"며 "그래 놓고 누구에게 책임을 떠넘기나.

발언을 가려서 해야지, 노인 폄훼 발언을 하느냐"고 따졌다.

같은 당 이정현 의원은 "(위원장의) `연세를 거론하면서 영화를 누리겠냐'고 했는데 국회 속기록에 기록되는 발언은 그냥 지나치면서 감정을 토로하는 데가 아니다"라며 "노인폄하 발언을 위원장을 상대로 했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용납되지 않는다"고 거들었다.

이와 함께 이날 처리키로 한 법안 가운데 저작권법이 한나라당 강승규 의원안만 올라오고 민주당 변재일 의원안은 빠진 데 대해서도 야당 측은 `상임위 편파 운영'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한편 여야는 이날 법안소위를 열고 디지털TV전환법과 저작권법을 논의한 뒤, 오후 다시 전체회의를 열고 법제사법위로 넘기기로 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aayy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