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 국무총리의 화두는 첫째도 녹색성장,둘째도 녹색성장,셋째도 녹색성장이었다. 한 총리는 26일 한국경제신문과 현대경제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한경밀레니엄 포럼에 참석, 2시간여 동안의 행사 시간 대부분을 기후변화와 녹색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할애했다.

한 총리는 "4대강 살리기는 역사가 스며들어 있는 종합적인 강 복원이며 강을 재창조하려는 사업"이라고 정의했다. 녹색성장 비전과 관련해서는 "태양광 합성이나 인공태양 등 새로운 분야에서 핵심 원천기술을 개발한다면 먹거리는 무궁무진하게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포럼 후 4대강 살리기 사업 현장 방문을 위해 영월 단양 제천 지역으로 급하게 자리를 떴다. 다음은 한 총리의 기조연설 주요 내용.

◆기후변화는 인류 직면한 최대의 위기


기후변화는 이미 단순한 환경문제 차원을 떠나 인류가 직면한 최대의 위기가 됐다. 올해는 유엔이 지정한 기후변화의 해이기도 하다. 올 연말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 회의가 있다. 인류의 정치 사회 안보와 직결된 기후변화 문제를 풀어가는 데 매우 중요하고 바쁜 한 해가 될 것이다.

총리를 맡기 전 유엔 사무총장 기후변화특사로 활동하면서 느낀 바가 많다. 화석 연료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인류의 경제성장 방식은 한계에 다다랐다. 가뭄 홍수 등 이상현상이 잦아지고 열대 · 아열대 기후 확산으로 생태계 교란도 심각한 상황이다. 평균기온과 해수면 상승으로 각국도 시급하게 대처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녹색성장은 질적성장 위한 새 패러다임


우리나라도 이 같은 흐름에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해까지 우리나라는 국제협약상 의무감축국가로 포함되지 않도록 하는 게 기후변화 대응의 주요 목적이었다. 하지만 이제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고 있다. 오히려 기후변화 방지의 '얼리 버드'가 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일본 도야코에서 열린 G8 확대정상회의에 참석해 이 같은 의지를 충분히 보여줬다. 이 대통령은 당시 기후변화 문제에서 선진국과 후진국의 중재자 역할을 하고,중국과 인도와의 공동 연구 등을 통해 동아시아 차원의 인식 수준을 높이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포스트 교토의정서 체제에서 자발적인 감축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제 3의 대안도 앞장서서 고민하고 있다. 한국의 역할에 대해 각국의 기대가 매우 높은 상황이다.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해 우리가 내놓은 새 패러다임이 저탄소 녹색성장이다. 녹색성장은 온실가스와 환경오염을 줄인다는 점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지향한다. 동시에 녹색기술과 청정에너지로 신성장 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한다.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경제침체를 동시에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이다.

녹색성장을 경제 산업 기술 환경 교육 등을 모두 포함한 범국가 전략으로 내놓은 것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다. 양적 성장을 통해 급격한 경제발전을 이룬 우리나라가 질적 성장으로 전환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질적 성장은 경제발전과 생활의 질 향상을 동시에 이룬다는 점에서 선진일류 국가로 발돋움할 키워드가 될 것이다. 국제적인 기후변화 논의 질서에서 우리가 참여할 기회도 넓힐 것이다. 일석 삼조의 효과를 거두는 셈이다.

◆교육 · 의료등 서비스도 녹색성장 연계


지난달 정부가 녹색뉴딜 정책을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녹색뉴딜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경기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단기 전략이다. 녹색기술 산업,첨단융합산업,고부가서비스 산업 등 3가지 분야에서 신성장동력을 창출하자는 밑그림을 제시했다.

핵심은 역시 기술이다. 아이디어는 널려 있다. 우선 석유를 탈피한 그린에너지 강국으로 새로 태어나야 한다. 태양광과 풍력,바이오 에너지 등 신재생 에너지 기술을 개발하면 (먹거리는) 무궁무진하게 열릴 것이다.

특히 최근 각광받고 있는 원자력 에너지의 경우 우리나라 기술은 프랑스와 더불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최근 많은 국가들이 한국형 원자로 기술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2~3개 나라와 원전 수출문제를 협의 중이다. 요르단의 경우 국왕이 직접 도입 의사를 밝혔고 아랍에미리트도 지난해 우리나라의 원자력 기술에 관심을 나타냈다. 값은 저렴하면서도 기술력은 뛰어나다는 게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의 강점이다. 최근 각국에서 원자력이 그린 에너지로 각광 받으면서 원가가 뛰었다.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의 경쟁력이 더욱 높아진 것이다.

이 외에도 태양광 합성이나 인공태양 등 새로운 분야에서 핵심 원천기술을 개발,판매한다면 녹색산업의 든든한 기반이 될 것이다. LED조명과 같은 고효율 제품도 유망한 분야다.

우리나라처럼 제조업이 탄탄한 곳이 많지 않다. 제철 자동차 반도체 전기 등 제조업 기반을 뛰어난 정보기술(IT)과 접목해야 한다. 의료 학교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에서도 녹색성장을 촉발할 수 있다.

◆녹색성장 전국민 교육 나설 터


녹색성장에는 국민의 공감대가 필수적이다. 구호에 그쳐선 안 된다. 이를 위해 전 국민적인 녹색성장 교육에 나서겠다. 시민 강좌와 방송교육,주민자치회 등을 모두 활용해 생활의 녹색혁명을 이루는 게 목표다.

녹색성장에 앞장 설 공무원들의 교육에도 집중하고 있다. 중앙 공직자에 대한 의식 교육은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각 지방을 돌면서 공무원 교육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기관별 분야별로 녹색성장 대책도 체계적으로 수립하겠다. 녹색성장을 위한 5개년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과거 5개년 발전계획은 민간이 아닌 관 주도라는 점에서 부정적인 측면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과 유럽이 은행을 국유화하는 등 국가의 선도적인 역할도 중시되고 있다. 구체적인 계획이 추진된다면 많은 나라들이 우리나라를 본보기로 삼을 것이다.

정리=박수진/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