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원론적 언급..아직 방향 설정 못한 듯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적극적으로 북한과 대화해 이를 막으려할지 아니면 이를 무시하고 단호하게 대응할지 관심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25일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로 여겨지는 위성 `광명성2호'의 발사를 준비중이라고 천명함에 따라 미국의 반응이 주목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은 오바마 정부를 상대로 조속히 협상에 나서도록 압박한다는 목적이 크다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최근 아시아 순방기간 북한의 후계문제를 거론하고 통미봉남 가능성을 일축하는 한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직접 면담 가능성에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등 북한에 그리 긍정적이지 않은 신호를 보내자 대미 압박수위를 높인 것 아니냐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보인 직후부터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하며 발사할 때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북한의 `미사일 카드'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중일 수밖에 없다는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24일 미.일 정상회담을 마친 뒤 북한의 움직임에 대해 "긴장을 높이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원론적으로 언급한데 그친 것도 아직 내부적으로 정책방향이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막을 수 있는 키(key)는 미국이 쥐고 있다"면서 "미국이 적극적으로 대북협상에 나선다면 북한도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멈출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오바마 정부가 조만간 뉴욕채널을 통해 북한과의 물밑접촉에 나서거나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특사를 활용해 북한과의 고위급대화를 제안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선 오바마 정부가 북한에 적극적인 제스처를 취하면 결국은 북한의 `벼랑끝 전술'에 말려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미국은 과거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으로 도발하는데 대해 대체로 적극협상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았다.

북한이 빌 클린턴 대통령 취임 직후인 1993년 5월 중거리 미사일인 노동1호 미사일을 발사한 것을 시작으로 위기를 고조시키자 북한과의 고위급회담에 응해 제네바합의를 만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 북한이 2006년 7월 대포동2호 미사일을 발사한데 이어 10월 핵실험을 단행하자 북한과의 양자회동을 거부해오던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의 대화에 응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