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즈워스-성 김 `2인3각'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 출범 이후 인선이 지연돼 오던 북한 담당특사에 스티븐 보즈워스 전 주한 미 대사가 공식 임명된 것을 계기로 국무부의 북핵라인이 윤곽을 드러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직후 중동담당 특사에 조지 미첼 전 상원의원, 아프가니스탄 및 파키스탄 담당 특사로 리처드 홀브룩 전 유엔대사를 각각 지명했으나, 북핵특사를 놓고는 유독 뜸을 들여왔다.

미첼과 홀브룩이 벌써 담당지역을 직접 방문하고 귀국한 사실을 감안하면 대북 특사 임명이 얼마나 더디 이뤄졌는지 알 수 있다.

이 과정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북핵특사를 두게되면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인 크리스토퍼 힐이 전담해오다시피한 북핵정책 및 협상의 역할조정 문제가 최대의 고려사항이었다.

또한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성 김 북핵특사의 자리를 유지시키면서 대북특사를 별도로 신설하면 `옥상옥'이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 터였다.

마침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방한기간인 20일 보즈워스 대북특사 임명을 공식화한 것은 최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준비 등 심상치 않은 상황전개도 한몫했겠지만, 국무부 내부의 교통정리가 끝났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와 관련, 고든 두기드 국무부 부대변인은 보즈워스와 성 김의 역할을 이렇게 설명했다.

성 김은 6자회담 당사국들과 일상적인 접촉과 의논을 하고, 보즈워스는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무부의 외교적 노력 전반을 조정하는 일을 한다는 것.
즉 성 김은 실무급 조율과 협의, 보즈워스는 중량감을 고려해 고위급 협상과 조정 쪽으로 역할분담이 이뤄졌음을 의미한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보즈워스 특사는 한국과 필리핀 등 3개국의 대사를 지낸 베테랑 외교관 출신이라는 점에서 북한은 물론 6자회담 당사국과의 고위급 협의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특히 클린턴 장관이 임명사실을 발표하면서 보즈워스 특사가 자신과 오바마 대통령에게 활동상황을 `직보'할 것이라고 밝힌 대목은 보즈워스에게 실리게 될 파워을 느끼게 한다.

실제 보즈워스 특사가 북한을 방문해 협상에 임하는 상황이 전개될 경우, 북한의 대화상대는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윗선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성 김 특사는 힐 차관보 시절과 마찬가지로 북한을 포함해 6자회담 당사국을 오가며 협상준비와 의견조율 등 실무적인 활동에 주력할 전망이다.

이라크 대사로 나가는 힐 차관보의 바통을 이어받을 동아태 차관보로는 커트 캠벨이 사실상 확정됐으나, 아직까지 공식지명 절차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캠벨이 공식 지명을 받는다고 해도 상원 인사청문 일정을 따져보면 그의 본격적인 활동은 빨라야 5월 전후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캠벨이 차관보를 맡는다면 힐 처럼 북핵문제에 시간을 모두 할애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힐 차관보는 "북핵 차관보냐"는 주변의 비아냥을 정도로 동아태 전반을 살펴보기 보다는 북핵 문제에 `올인'하다시피했다.

따라서 캠벨은 북핵문제를 담당지역인 동아태 전반의 이해관계와 맞물린 큰 틀에서 이끌어나가는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캠벨이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클린턴 캠프의 아시아 정책 자문역이었던 점으로 미뤄볼 때도 그렇다.

보즈워스의 상급 보고라인이 캠벨이 아닌 클린턴 장관이라는 점은 캠벨을 북핵 문제에 지나치게 개입시키지 않고, 역내 다른 문제도 두루 살펴봐 달라는 취지로 받아들여진다.

(워싱턴연합뉴스) 고승일 특파원 ks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