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서 '北 후계 둘러싼 위기 가능성' 언급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위해 19일 밤 10시20분께 전용기편으로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새 정부의 첫 국무장관으로 취임 후 처음으로 방한한 클린턴 장관은 전용기에서 내리면서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준비된 차량을 타고 곧바로 숙소인 서울 시내 모 호텔로 이동했다.

이날 공항에는 한덕수 주미대사와 장호진 외교통상부 북미국장과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가 클린턴 장관을 영접했다.

클린턴 장관은 도착에 앞서 자카르타발 서울행 비행기 기내에서 미국 정부는 북한에 후계 문제를 둘러싼 내부 권력투쟁이 진행되고, 북한 지도체제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북한과 인접 국가간 긴장이 더욱 고조될 수 있음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수행한 외신들이 전했다.

그는 또 "북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고, 어떤 후계 구도가 형성될 것이며, 그것이 무슨 의미를 갖는지 등 많은 우려에 직면한 한국으로서는 지금이 특별히 중요한 시기"라며 "한국은 비핵화와 비확산 논의들이 제자리를 되찾을 수 있도록 미국 정부가 최대한 노력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클린턴 장관은 특히 북한 지도부의 변화가 핵무기 해체와 관련한 논의의 진전을 더디게 하고 있다면서 누가 김정일 위원장의 뒤를 이을 것인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전략을 신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사람들이 북한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또 벌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면서 "평화적으로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권력 교체가 있을 경우 불확실성이 증대하고 사회 내부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더욱 도발적인 행동을 자극할 것이라는 점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에 이어 중국을 방문할 예정인 클린턴 장관은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의 목표는 북한의 행동에 효과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라면서 "한국과 중국으로부터 그들이 생각하는 다음 조치가 무엇인지 직접 듣길 원한다"고 말했다.

클린턴 장관은 20일 본격적인 방한 일정에 들어가 이날 오전 서울 용산의 주한미군 기지 및 한미연합사령부를 방문한뒤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갖는다.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외교장관회담에서는 핵과 미사일 등 북한문제 외에도 ▲한미동맹 발전방안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문제 ▲국제 금융위기 및 아프가니스탄 재건을 비롯한 국제이슈 등이 두루 논의될 전망이다.

특히 클린턴 장관이 이날 언급한 북한 후계 구도와 최근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 움직임과 관련해 어떤 내용의 대화가 오갈지 주목된다.

유 장관과 클린턴 장관은 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회담 내용을 직접 소개할 예정이다.

정부 당국자는 "첫 회담이니만큼 양국의 관심사가 폭넓게 논의될 것"이라며 "미국측이 대외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주로 우리의 의견을 듣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클린턴 장관은 기자회견에 이어 대통령 예방 및 오찬, 국무총리 예방, 이화여대 방문 등의 일정을 소화하고서 숙소인 시내 모 호텔에서 국내 5개 언론사 여기자들과 간담회, 주한 미국대사관 직원 격려행사 등을 가진 뒤 저녁에 다음 행선지인 중국으로 떠난다.

(서울연합뉴스) 유현민 기자 hyunmin6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