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9일 "한나라당이 과연 영혼이 살아있는지 의문"이라고 당 내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2월 국회에서 MB개혁법안 처리에 당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해 쓴소리를 한 것이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임시국회는 한나라당이 국민들께 드렸던 약속을 지키는 국회가 되기를 많은 국민이 기대하고 있다"며 "여러가지 관련된 소식들을 들어보면 과연 한나라당이 이런 국민과 약속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질문과 답변을 보면서 윤 후보자가 여러 민감한 현안에 대해 소신있게 본인 의견을 말했다고 느꼈다"며 "우리 정치인들은 흔히 행정부 공무원을 가리켜 영혼이 없는 조직이라고 쉽게 폄훼하면서 과연 우리 한나라당은 영혼이 살아있는 것인지 의문을 갖게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세계적 위기상황에서 한나라당 의원 모두 영혼이 살아있고 역사적 책임감을 갖고 다 함께 전진해 나갔으면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정 최고위원의 이 같은 비판은 지난 8일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함께 친이재오계 의원이 주도하는 '함께 내일로' 신년 모임에 참석,여권의 단합을 강조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일각에선 정 최고위원이 친이(친이명박)계의 차기주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행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최근 정책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대권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