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대사가 전방위적 `감성행보'를 펼치고 있다.

부임했을 때만해도 한국민에게 어필하기 위한 `전시행보' 아니냐는 눈총도 없지 않았지만 부임 5개월이 다 돼가는 지금도 이같은 행보는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방송에 출연해 한국의 시(詩)를 읊는가 하면 농구장에서 시구도 하고 비보이공연을 관람하며 젊은이들과 호흡하고 한달에도 몇 번씩 산에 올라 한국 국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
또 인터넷상에 자신의 한국생활을 수시로 올려 네티즌들과 교감하기도 한다.

스티븐스 대사는 지난달 30일 KBS `낭독의 발견'에 출연해 유창한 우리말로 김소월의 시 '못 잊어'와 백범일지를 낭독했다.

그는 1970년대에 미국 평화봉사단의 일원으로 한국에 파견돼 충남 예산에서 영어를 가르친 경험이 있으며 당시 배운 한글을 미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꾸준히 연마해 우리말을 능숙하게 구사한다.

부임 직후부터는 주한 미대사관의 인터넷카페인 `카페 USA'에 자신의 한국 생활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직접 영어로 쓴 글이 한글로 번역돼 게시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많은 네티즌들이 스티븐스 대사의 `한국사랑'을 느낄 수 있다고 반기고 있다.

주한 미대사관 관계자는 7일 "스티븐스 대사는 한국 국민들과 자주 접해 한국인의 생각을 아는 것도 대사의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스티븐스 대사가 너무 감성적인 행보에만 치중하고 한미동맹 이슈 조율 등에는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한.미 간 현안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등에 대해 스티븐스 대사의 목소리는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미국이 정권교체를 거치면서 미 정부가 각종 현안에 대한 구체적 입장을 아직 정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정책방향이 정해지면 스티븐스 대사도 조만간 동맹이슈 등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