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단 "망루에서 탈출 후 사망" 의혹 수사 촉구

`용산 철거민사망사건 진상조사단'은 4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거민 사망자 중 일부가 남일당 빌딩 옥상에 설치된 망루에서 탈출한 뒤 사망했다는 분명한 증거가 있는데도 검찰이 이를 제대로 수사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진상조사단은 "화재 현장에 있었던 철거민 지모(39) 씨는 희생자 중 이성수(50) 씨, 윤용헌(48) 씨가 망루에서 (빌딩)옥상으로 뛰어내렸다고 진술하고 있고 실제 증거사진도 있다"며 "이는 이씨와 윤씨의 사인이 `화재사'라는 경찰의 발표와 모순되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최근 MBC가 사고현장을 촬영한 동영상을 통해 지씨의 증언이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며 "유족들도 불이 난 뒤 (망루 아래) 옥상에서 포착된 동영상 속의 인물이 이씨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진상조사단은 아직 윤씨와 관련한 증거자료는 없으나 지씨의 진술이 사실로 확인되는 정황에 따라 윤씨의 사망경위에 대해서도 확인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장에서 문제의 동영상을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방송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이유로 애초 계획을 취소했다.

진상조사단은 경찰과 검찰이 희생자들의 신분을 확인한다며 유가족을 배제한 채 부검을 한 것에 대해서도 "진실을 은폐하기 위한 것 아니냐"며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신분확인은 소지품 등을 통해 부검 전에도 얼마든지 가능했다"며 "`신분확인을 위해 조기부검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검찰 수사는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경은 `체포시한 48시간' 때문에 급박하게 부검할 수밖에 없었다고도 변명했지만 역시 체포시한과 부검의 급박한 필요성과는 법적으로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진상 조사단은 "화재원인을 비롯해 경찰의 과잉진압 문제가 핵심적인 사안인 이번 사건에서 검찰은 경찰과 용역수사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반면, 농성하다가 죽거나 다친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가혹한 수사로 일관하고 있다"며 제기된 의혹들을 즉각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js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