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북한이 '조평통' 성명을 통해 남북기본합의서의 북방한계선(NLL) 조항 폐기를 거론하고 정치 · 군사 대결해소 관련 남북간 모든 합의의 무효화를 일방 선언하면서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것은 분명 도를 넘어서는 도발(挑發)임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우리 정부가 지적한 것처럼 남북기본합의서 등 남북간 합의는 쌍방 합의에 의해 수정하는 것이지,일방의 주장에 의해 폐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분단 이후 수십년간 축적해온 남북관계의 결과이며,남북 당사자들뿐 아니라 전 세계에 약속한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한반도의 긴장을 원치 않는다"고 대외적으로 명확히 언급했던 것이 불과 일주일 전 일이다. 그런 터에 그럴 듯한 핑계거리마저 없이 정반대의 입장을 내놓았다. 이러고도 책임감과 신뢰를 갖춘 국제사회의 일원이라 할 수 있을지 한심할 뿐이다.

북측은 남북간 육로차단에다 개성공단 운영까지 제동을 걸었던데다 올 들어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이란 것을 통해 '전면대결' 운운하며 가당찮은 위협을 해왔던 터다. 그에 뒤이어 군사적 대결해소 장치가 무효라는 식으로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나름대로는 다음 단계까지 시사하며 사전 무력시위를 벌인 격인데,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북한이 이러한 돌출행동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인지 짐작하긴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이럴수록 국제사회에서 책임있는 일원이 되는 길에서 영영 멀어진다. 그런 점에서 누차 강조하지만 북한은 6자회담에 성실히 임하는 게 최선의 방안이다. 다만 우리가 유념해야 할 것은 만에 하나 오판으로 인한 도발가능성에 대비해 빈틈없는 경계태세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