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재오 전 의원이 기축년 첫날인 26일 백두산 천지에 섰다.

중국에 체류 중인 이 전 의원은 설 연휴 첫날인 지난 24일 베이징(北京)을 떠나 옌지(延吉)로 이동했고, 설 새벽엔 천지에 올라 일출을 지켜봤다고 한 측근이 전했다.

이 측근은 "이 전 의원이 백두산 정상에서 남북 통일을 기원했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이 이날 백두산에 오른 것은 중국 체류 이전부터 마련했던 계획에 따른 것이지만, 설 연휴 기간 자신을 면담하기 위해 베이징을 방문하겠다는 정치인들을 만류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측근은 "설 연휴 때 만나자는 정치인들이 적지 않았지만, 이 전 의원은 `연구활동을 하러 중국에 왔는데 정치적 면담이 많으면 안된다'고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의원은 27일 두만강을 둘러본 뒤 하얼빈(哈爾賓)으로 이동, 안중근 의사 기념비와 독립군 항쟁지역 유적을 견학할 예정이다.

한편 이 전 의원은 자신을 초청한 베이징대로부터 극진한 환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측근인 진수희 의원은 2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전 의원은 지난 19일부터 베이징대 국제관계대학원 연구실로 출근하고 있으며, 베이징대측이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이 전 의원은 베이징대 국제관계대학원으로부터 `Visiting Professor'(초빙교수)라는 직함을 받았다.

베이징대 국제관계대학원이 외국인에게 이 직함을 부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또한 베이징대측은 이 전 의원에게 교통편도 제공하고 있다.

베이징 체류중 사용하도록 운전기사가 달린 자동차를 내준 것.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초빙교수로서 자전거로 출퇴근했던 미국생활과는 대조적이다.

진 의원은 "한달 가량 머무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 전 의원에게 상당히 큰 규모의 사무실이 제공됐으며, 베이징대측은 이 전 의원의 명패도 만들어줬다고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 전 의원의 숙식을 비롯한 중국 체류 비용은 존스홉킨스대측이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전 의원이 대한민국 집권여당의 중진 의원이었으며, 나아가 이명박 정부의 핵심 인물이라는 점을 감안, 베이징대측이 배려한 것 아니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전 의원은 베이징대와 존스홉킨스대가 공동 추진하는 `동북아에서 통일한국의 위상'을 연구하기 위해 중국에 체류중이며, 지난 22일 연구팀과의 첫 회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연구활동에 나섰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김범현 기자 kbeomh@yna.co.kr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