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틀은 유지..'과감한 결단' 가능성
"신뢰구축 통해 한미공조 탄탄히 유지해야"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백악관 홈페이지를 통해 '터프하고 직접적인 외교를 통해 핵무기 프로그램을 제거하겠다'는 북한비핵화 정책을 공식 천명함에 따라 6자회담을 축으로 한 기존 북핵 문제 해법에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북한비핵화라는 목표에는 전임 부시 행정부와 별 차이가 없지만 '터프하고 직접적인 외교'라는 수단의 변화에 따라 북핵 해법에서 기존 6자회담보다 북.미간 직접 대화의 비중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최근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발언으로 미뤄 볼 때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틀은 계속 유지될 전망이다.

힐러리 장관은 지난 13일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청문회에서 "나와 오바마 당선인은 6자회담이 북핵문제를 종식하는 데 있어 장점이 있는 틀(framework)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해 오바마 대통령과 자신이 6자회담의 유용성에 관한 한 이견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어 21일 백악관 홈페이지에 게재된 국정어젠다에서도 '아시아에서 양자협정이나 정상회담 등을 넘어 6자회담과 같은 효과적인 협상의 틀을 구축하겠다'고 밝혀 이 같은 입장을 재확인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22일 오바마 정부의 북핵정책에 언급, "6자회담과 관련해 정책적으로 큰 변화는 기대되지 않는다"며 기존 북핵 문제 해법의 틀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대선 기간부터 북한과 '직접 외교'를 언급했던 오바마 대통령이 비핵화를 위한 직접 외교를 재차 거론함에 따라 북.미 사이에 6자회담 수석대표급 이상의 고위급 관리가 회동할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000년 말 당시 백악관의 '안주인'으로서 북한 조명록 차수와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의 평양-워싱턴 교환방문 등을 지켜본 힐러리 장관이 자신의 정치적 야망에 따라 실질적 성과를 내기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실제 힐러리 장관도 인준청문회 과정에서 `평양 등을 방문해 북한 외무상 등을 만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통령 당선인과 마찬가지로, 미국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내가 선택하는 적절한 시기와 장소에서 어떤 외국 지도자라도 만날 의향이 있다"고 밝혀 그 가능성을 열어놨다.

성사가 된다면 북.미 고위급 관리의 직접 회동은 북.미관계 개선과 나아가 남북관계 개선, 궁극적으로 6자회담의 진전 또는 북핵 문제의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역시 지난해 11월 미 대선 직후 가진 정례브리핑에서 "오바마 신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한다는 것에 대해 우리가 대북정책을 수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북미대화와 남북대화는 병행 추진되는 것이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한반도 안보의 직접 이해 당사자인 한국이 북핵 논의에서 소외되거나 한.미간 대북정책에 엇박자가 날 수 있다는 우려도 가시지 않고 있다.

이런 우려는 기본적으로 북.미 관계가 예상외의 속도로 급진전될 경우를 상정한 것이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적용되며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이 그 한 예가 될 수 있다.

오바마 정부는 국정어젠다에서 핵무기비확산조약(NPT)을 강화하겠다면서 PSI를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확산 의혹까지 대상으로 하는 오바마 정부의 이번 정책방향을 놓고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에 대해 PSI에 정식 참여하라는 미측의 요구가 거세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우리의 PSI 정식 참여 여부는 미측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한반도 상황을 고려해 신중히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해 추후 한국의 PSI 참여 여부가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정부의 북핵 정책이 이번 국정어젠더를 통해 분명히 재확인됨에 따라 신뢰를 바탕으로 한 탄탄한 한미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 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미간 신뢰가 두터우면 북.미간 양자 관계 개선이 자연스럽게 남북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고 6자회담에도 탄력을 줄 수 있다"며 "소위 '통미봉남'에 크게 신경 쓸 필요 없이 양국간 다양한 채널에서 깊이 있는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유현민 기자 hyunmin6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