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스마 있는 준비된 재정장관"

19일 기획재정부 장관에 내정된 윤증현 前 금융감독위원장은 금융분야 테크노크라트 출신으로 추진력을 갖춘 소신파로 평가된다.

정책적으로는 참여정부 당시에도 금산분리 완화에 역점을 두고 규제 완화를 추진했다는 점에서 시장주의적 색깔이 강하다.

금융감독위원장으로 2003년 카드사태를 돌파하면서 위기 '해결사'로서의 입지도 다졌다.

업무 추진력, 리더십, 장악력에서 이미 정평이 나있고 보스 기질이 강한 인간적 풍모 때문에 선후배들 사이에서 두터운 신망을 쌓아왔다.

◇ 시장지향적..위기땐 강한 추진력

그의 정책 성향은 금산분리 완화정책에서 읽을 수 있다.

이는 참여정부 당시 금융감독위원장으로서 처음 3년 임기를 꽉 채웠던 그가 이임할 때 가장 아쉬워했던 부분이기도 했다.

산업자본의 효율적 활용과 글로벌 금융회사 육성을 위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소신이었다.

반(反)규제적 시각도 여기에서 드러났다.

"금융회사가 인수합병(M&A)으로 대형화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애로는 독점 규제"라는 게 그의 입장이었다.

과거 폐쇄경제 시대의 법과 제도를 고수하는 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금융회사의 육성은 어렵다는 얘기나 금융회사 운영에 대한 정부의 직접 개입도 지양해야 한다는 그의 지론은 시장 친화적 경제관을 보여준다.

이는 20년 가까이 끌어온 생명보험사 상장 문제를 해결한 것에서도 나타났다.

하지만 규제가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시의성 있게 해야한다는 스타일이다.

타고난 감각으로 시장 동향을 꿰고 있는 만큼 상황별 처방과 타이밍의 중요성을 안다는 평가도 있다.

예컨대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부동산담보대출에 도입한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는 그가 금감원장일 때 만든 작품이었다.

이는 부동산 대출을 내실화하는 효과를 내면서 지난해 금융위기 국면에서 '이들 규제가 없었더라면 은행의 부실을 키울 수 있었을 것'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위기 돌파력은 카드사 구조조정이 이뤄진 카드사태 때 이미 인정받았다.

이 때문에 전대미문의 글로벌 경제위기를 돌파해야 할 한국경제의 야전사령관 역할에 그 만큼 적합한 인물도 드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규제 완화나 공공부문 민영화, 서비스산업 선진화 등 현 정부의 시장주의적 정책과 녹색 뉴딜 등 추진력이 필요한 성장 정책, 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 금융공조 강화 등에 그의 정책 컬러가 그대로 나타날 것이라는 게 정부 안팎의 관측이다.

◇ 선 굵고 소신 강한 스타일

그가 이번 정부에서 입각 가능성이 예견됐던 것은 어찌 보면 지난 정부 때 보여줬던 소신 때문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앞서 2007년 말에는 대통령직 인수위 자문위원으로, 작년에는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으로 호흡을 맞춰왔다.

그의 소신은 '대못질' 발언에 투영돼 있다.

그는 금감위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산업자본에 대못질하는 것은 어리석다"며 직설적으로 참여정부의 금산분리 정책을 비판하며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문제에 대해 노 대통령이 "정치하는 사고방식으로 풀어야 한다"고 했는데 윤 장관은 며칠 후 기자들의 질문에 "경제논리로 풀겠다"고 답해 청와대와 싸늘한 긴장감이 돌기도 했다.

시장에 대한 그의 관점은 "훌륭한 심판은 휘슬을 자주 불지 않는다"는 발언에 집약돼 있다.

그는 금감위원장 재직 당시 시중은행장들을 공식적으로 단 2번 소집했다.

취임 후 상견례가 첫번째, 2007년 5월에 은행들이 지나치게 외형경쟁에 몰두하자 경고 차원에서 자리를 마련한 것이 전부였다.

자신의 조직을 운영하는 방법도 부하 직원들에게 권한을 이임해주고 맡기는 보스형이다.

본인은 큰 이슈 몇 가지에 대해서만 분명하게 줄기를 잡는다.

아랫사람 관리에는 몸을 사리지 않는다.

김흥주 삼주산업(옛 그레이스백화점) 회장의 금고 인수 작업을 도왔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최종 무죄판결을 받은 김중회 전 금융감독원 부회장을 끝까지 신뢰했고, 업무 외적인 문제로 인사검증에 걸린 임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로 뛴 일화도 유명하다.

은행장들에게 연말에 봉사활동으로 연탄 나를 시간 있으면 수익을 더 내고 일자리를 더 창출하라고 꼬집을 만큼 실무적인 성격이다.

그는 강만수 재정부 장관과 서울대 동기로 절친한 관계다.

강 장관은 저서에서 "한국은행법 개정을 책임지고 있던 윤증현 금융정책실장은 서울대 대학 동기인데 리더십과 추진력이 뛰어난 관료였다"고 평가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 박용주 기자 prince@yna.co.krspee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