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면전환 카드 별로 없어 추가 악화 가능성

북한이 17일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강경한 대남 입장을 발표함에 따라 `12.1 조치' 이후 소강상태를 보이던 남북관계에도 새로운 국면이 조성될 전망이다.

정부는 대북 경계태세를 강화하는 한편 북한의 의도를 다각도로 분석하면서 차분하고 절제된 대응을 한다는 입장이지만 `대북 원칙고수'에 무게를 둔 우리 정부가 당장 정책 기조를 바꾸거나 구체적 대화를 제의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북한의 태도 여하에 따라 남북관계가 한 단계 더 악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정부, 北의도 분석하며 상황 예의주시

정부 당국은 북한의 이번 대남 강경 입장 천명이 20일 미국 오바마 행정부 출범에 즈음한 대미 전략과 관련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남 성명을 발표하기 앞서 같은 날 북미관계 정상화와 핵문제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북핵 문제에 대한 관심을 야기한 점으로 미뤄 북은 미국 새 정부가 북미대화를 우선과제로 올려 놓도록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한반도 정세에 긴장을 고조시킨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북한이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 변화를 위해 군사적 긴장 고조라는 새로운 차원의 대남 조치를 염두에 두고 성명을 발표했을 개연성도 있다고 당국은 보고 있다.

남북 교류협력의 상당부분을 단절한 12.1 조치를 취했지만 새해 들어서도 정부의 대북정책에 변함이 없고 남한내 대 정부 비판 여론도 생각만큼 일어나지 않자 군사적 충돌과 같은 초강경 조치를 생각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북, 대남 군사행동 나설까

북한이 미국 새 정부 출범에 즈음해 당장 남북관계를 최악의 국면으로 몰고갈 수 있는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남북간의 과도한 긴장 조성이 대미 협상에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 더해 한 대북 소식통은 "북이 전날 성명에서 `서해 우리 측 영해에 대한 침범 행위가 계속되는 한 서해 해상군사분계선을 고수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는데 꽃게잡이철에 중국 어선이 불법어업을 하거나 북한 선박이 서해 북방한계선을 넘어 남하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우리 측 선박이 북측이 주장하는 경계를 넘어 들어가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대 견해도 만만치 않다.

특히 설 연휴를 앞두고 성명을 발표한 것은 남북관계 악화에 대한 현 정부 책임론이 확산되는 것을 노린 포석일 수 있는 만큼 실제로 설 연휴기간 또는 그 직전에 모종의 긴장 고조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절제된 대응..국면전환 카드는 별로 없어

정부는 일단 북의 강경 메시지가 통상적인 협박 정도로는 볼 수 없다는 인식 아래 전군에 대북 경계태세 강화지시를 내렸지만 일단 절제된 대응을 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

북한이 강력한 군사적 대응 조치, 전면 대결태세 등을 거론하긴 했지만 `태풍의 눈'인 서해 해상에서 당장 구체적 조치에 나설 것임을 시사하거나 관련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고 있었던 만큼 `맞대응'으로 긴장 수위를 높일 필요가 없다는 인식인 것이다.

다만 북한의 이번 성명으로 일단 남북관계는 `소강상태'를 이어가는 것도 쉽지 않게 됐다는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어 보인다.

우리 정부도 상황 타개를 위한 구체적 대화를 제의하는 식으로 먼저 손을 내밀지는 않을 태세여서 당분간 현재의 긴장 국면이 지속되거나 예기치 않은 군사적 충돌로 인해 남북관계가 더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전문가들은 정부가 일단 일관된 대북 메시지를 보내는 한편 불필요하게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가운데 북미 양자 대화 및 북핵 협상의 전개 상황을 봐가며 차분히 대화 재개의 계기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