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찰 날짜 자막으로 밝혀 눈길

북한의 조선중앙TV가 13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나온 지난해 하반기 김 위원장의 경제부문 현지지도 활동을 종합한 '텔레비전 영상실록'을 방영했으나 김 위원장 모습은 영상이 아닌 사진으로만 보여줬다.

'위대한 선군영도의 장정으로 빛나는 2008년'이라는 제목의 이 프로그램은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 장면을 보여줄 때는 사진을 연이어 보여주는 형태로 구성됐다.

다만 사진마다 김 위원장의 시찰 날짜를 자막으로 밝혀 북한 언론매체의 보도 날짜와 시간차를 확인할 수 있게 해 눈길을 끌었다.

북한TV는 통상 연초에는 전년도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을 '텔레비전 영상실록'이라는 이름으로 종합 또는 경제, 과학기술, 문화 등 분야별로 나눠 내보내고 있으며, 이는 영상이 아닌 사진으로만 구성된다.

북한TV는 지난해 하반기에 김 위원장의 상반기 활동을 영상으로 내보내기도 했으나 이는 '기록영화' 형식이어서 '텔레비전 영상실록'과는 다르다.

이날 45분 분량의 영상실록은 김 위원장의 군부대 시찰과 공연.경기 관람을 빼고 경제부문 및 주민 위락시설 부문의 공개활동만 묶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의 7월 1, 2, 9일과 8월 7, 8일 현지지도 사진을 보여준 뒤 곧바로 11월24일 현지지도로 건너뛰었다.

김 위원장이 뇌혈관관련 질환으로 쓰러진 것으로 알려진 지난해 8월 중순 이전 경제부문 시찰 보도는 8월8일 함경남도 리원군 산림경영소 양묘직장이 마지막이었고, 8월 중순 이후 첫 경제부문 시찰 보도는 11월24일 평안북도 낙원기계연합기업소와 신의주 화장품공장 비누직장에 관한 것이었다.

이번 영상실록은 '과학기술 중시 노선의 생활력이 꽃펴난 2007년'처럼 통일, 과학기술, 문화 등 분야별로 제목을 분명히 달았던 종전의 영상실록과 달리 '위대한 선군영도의 장정으로 빛나는 2008년'라는 종합적인 성격의 제목임에도 김 위원장의 핵심적 공개활동인 군부대 시찰은 빠졌다.

이는 김 위원장이 활동을 재개한 초기 일부 군부대 시찰사진에 대해 `가짜사진' 의혹이 제기됐던 것과 관계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으나, 앞으로 영상실록이 추가 방영될 수 있기 때문에 단정하기는 힘들다.

북한 언론매체는 지난해 10월11일 김 위원장이 821군부대 산하 여성포중대를 시찰했다고 보도하면서 관련 사진을 내보냈지만 사진 속 나뭇잎이 짙은 녹색인 점 등으로 인해 건강이상이 발생하기 이전인 7-8월 사진이라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이날 영상실록이 자막을 통해 소개한 김 위원장의 시찰 날짜는 그동안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날짜와 같은 날이거나 하루 이틀 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북한 매체가 김 위원장의 시찰을 보도할 때 날짜를 밝히지는 않지만 비교적 신속하게 보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상실록이 소개한 11-12월 김 위원장의 9차례 시찰중 3회는 중앙통신이 당일 저녁 10시 이후 보도했고, 6회는 다음날 새벽 2시 이전에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 이전인 7-8월 5차례 경제부문 시찰 역시 2회는 당일 늦은 저녁, 2회는 다음날 새벽에 중앙통신이 보도했고, 다만 7월1일 자강도 화평군 현지지도는 다음날 저녁 늦게 보도됐다.

중앙TV는 지난 12일에는 김 위원장의 지난해 상반기(1~6월) 현지지도 내용을 담은 '영상실록' 1회를 내보냈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z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