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최고위원.중진의원들의 30일 오찬은 당.청 소통에 활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박희태 대표와의 정례회동을 비롯해 당 관계자들과 공식.비공식적으로 꾸준히 접촉해 왔지만 최고위원.중진의원단을 한 자리에 초청해 의견을 나누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최고위원.중진의원단'이 당내 공식조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이 이들과의 대화에 나선 점은 긴박하게 전개될 향후 정국상황에 비쳐볼 때 의례적인 `설 인사'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참석자의 면면을 살펴볼 때 여권은 물론 정치권의 흐름을 좌우할 유력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는 점에서 정국 현안에 대한 깊이있는 대화가 오갈 가능성이 있다.

이는 집권 2년차에 접어드는 이 대통령의 새로운 `정치실험'으로도 받아들여진다.

지난해 인사파동, 쇠고기파동, 경제위기 등으로 잔뜩 몸을 움추려야 했던 이 대통령이 올해부터 강력한 개혁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당.청 소통의 새 모델을 제시한 것으로도 읽힌다.

우선 여야간 입법전쟁을 벌일 2월 임시국회를 목전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여권 고위층의 긴밀한 대책 논의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대통령에게 있어 쟁점법안 처리는 `일하기 위한 근간'이기 때문이다.

지난 여야간 입법논쟁 와중에 172석의 한나라당이 강경론과 온건론으로 나뉘어 입법처리의 동력을 스스로 저하시킨 점도 이 대통령으로서는 지나칠 수 없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대통령은 쟁점법안 처리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이들 법안이 무난하게 2월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당 중진들의 지혜를 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당 관계자들은 13일 내다봤다.

특히 `설연휴 이후 개각'이 예고돼 있다는 점에서 개각, 나아가 여권 진용 전면 개편에 대한 논의가 있을지도 주목된다.

개각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탕평 인사, `정치인 출신 입각' 등 이 대통령을 향한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최종 결단을 앞두고 당 수뇌부의 견해를 들어보는 자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 계파간 갈등으로 인한 당내 균열음이 점차 확산될 조짐을 보임에 따라 이 대통령이 최고위원.중진의원단의 형식을 빌어 `친박과의 접촉'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전체 22명으로 구성된 최고위원.중진의원단 가운데 박근혜 전 대표를 포함한 친박계 인사가 9명이나 된다.

하지만 가장 큰 관심은 박 전 대표의 오찬 참석 여부에 모아진다.

그동안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간 화해 제스처만 있었을 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긴밀한 대화는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자리가 긴밀한 관계 구축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성격일 수도 있다.

이 대통령이 지난 12일 라디오연설에서 "분열을 조장하고 통합을 가로막는 정치적 양극화야말로 경제적 양극화 못지않게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이자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언급한 대목은 현재의 여야 관계에 적용되는 것만은 아닐 것이라는 지적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 기자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