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홍준표, 민주당 원혜영, 자유선진당 권선택 원내대표 등 3당 원내대표는 11일 밤 방영된 KBS 2TV 토크쇼 '박중훈쇼-대한민국 일요일밤'에서 법안처리 협상 뒷이야기 등을 털어놨다.

넥타이를 푼 차림으로 이야기를 시작한 이들은 우선 국제적 망신과 국민적 지탄을 산 국회 파행과 폭력사태에 대해 국민에 사과하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러나 사과의 순간도 잠시일 뿐 입법전쟁의 앙금이 채 가시지 않은 듯 국회 파행의 원인을 상대 정당에 돌리는 신경전이 벌어졌다.

원 원내대표가 "국회는 전쟁터가 아닌 민의의 전당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제를 안고 있다"며 `입법전쟁', `속도전' 등의 전투 용어를 사용한 한나라당을 꼬집자 홍 원내대표는 "그런 표현을 쓴다고 진짜 전쟁을 한다는 것이 아닌데 방송에서까지 말꼬리 잡는 것은 신사답지 못한 것 같다"고 받아쳤다.

쟁점사안 처리 방식을 놓고 홍 원내대표가 "협의해서 안되면 국회는 다수결 원칙에 따라가는 것"이라고 못박자 원 원내대표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은 굉장히 바쁜 분들이고 조급증이 있어 국민의 뜻을 수렴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생략하려 한다"고 비꼬았다.

이에 대해 홍 원내대표가 "원 대표는 대통령과 동급이 아닌데 걸핏하면 대통령을 물고 늘어지는 버릇을 고쳐야 한다"면서 "민주당이 폭력만 사용하지 않으면 나라가 조용할 것"이라며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자 실제 협상에서 중재 역할을 맡았던 권 원내대표가 진화에 나서며 "협상 과정에서 협의처리를 고수한 한나라당은 `협의당', 합의처리를 주장한 민주당은 `합의당', 대화를 통해 중재를 이끈 자유선진당은 `소통당'이라고 별명을 붙였다"고 소개하며 화해 무드를 조성했다.

권 원내대표는 "우리 당이 내놨던 가합의안과 최종 합의안이 70∼80% 일치하는데 가합의안에 합의했더라면 해를 넘기지 않고 파행 사태가 정리되지 않았겠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설전 속에서도 상대를 치켜세우기도 하고 자신들의 옛 시절과 가족 등 일상의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웃음꽃을 피웠다.

또 대화 중간에 팔씨름을 하고 어깨동무를 한 채 가요 `목로주점'을 합창하는 등 즐거운 분위기도 연출했다.

하지만 3당 원내대표들의 TV쇼 출연을 놓고 최근까지 국회 파행을 빚은 당사자들이 고소.고발 등 폭력사태의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오락성 짙은 프로그램에서 `희희낙락'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중훈쇼' 홈페이지에는 뉴스를 통해 접하던 이들의 모습과 이날 프로그램에서 보여진 모습 사이에서 이질감과 씁쓸함을 느꼈다는 시청자들의 비판이 적지 않게 올라왔다.

`hon114'라는 아이디를 쓴 한 네티즌은 "서로 못 죽여 안달이던 것이 몇 달도, 몇 주도 아닌 열흘도 안된듯한데 대단한 대표들"이라고 꼬집었다.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helloplu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