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ㆍ민생법안 지연…국민피해 속출] 선의의 전과자 양산… 출산도 국회 눈치볼판


서민주택 13만가구 공급.소상공인 창업 등도 차질

12월 임시국회가 끝났지만 상당수 민생 · 경제 법안이 여전히 국회에 발목이 잡혔다. 여기엔 정부가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본격 시행에 들어가겠다는 계획 아래 작년에 이미 입법예고까지 했지만 여야 간 정쟁으로 상임위원회에 상정조차 안 됐거나 몇 개월째 계류 중인 법안도 적지 않게 포함돼 있다. 국회의 장기파행으로 법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국민의 피해만 커져가고 있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서민들 직접 피해


입법 지연으로 서민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돌아가는 사례는 양벌 규정이 대표적이다. 교통 법규 위반 등 서민과 자영업자들이 저지르기 쉬운 경미한 생계형 법 위반의 경우 처벌 수위를 낮추거나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핵심이다. 새해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법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선의의 전과자가 대거 양산되고 있다. 경기 침체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서민들이 각종 벌금과 운전면허 취소 등으로 더욱 고통받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여야는 특히 기업 관련 양벌 규정은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통과시켜 입법 미비에 따른 부담을 서민층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더 큰 문제는 선의의 전과자들이 1월에도 계속 줄을 이을 것이라는 점이다. 양벌 규정은 여야가 1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키로 한 '쟁점 없는 법안' 목록에서 제외됐다. 280여개 항목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마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지만 한 달 가까이 국회를 파행시켜 놓고 이에 따른 피해는 모두 서민에게 전가시켰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이혼 후 자녀 양육비 지급 의무자가 월급생활자일 경우 양육비를 월급에서 바로 공제하는 내용의 가사소송법 개정안은 아예 처리될 기미조차 없다. 세출 부수 법안과 쟁점 법안 등 굵직굵직한 법안에 가려 상임위에서 논의도 시작하지 못했다. 시행이 늦어질수록 공제 대상 금액도 줄어들어 늘어나고 있는 이혼가정에 직접적인 경제적 피해를 줄 수 있다.

출산 휴가를 90일에서 120일로 늘리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도 올해 1월1일부터 바로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본격적인 논의에도 들어가지 못했다. 여성들은 국회 눈치를 보며 출산 일자도 조절해야 할 처지에 빠졌다.
[경제ㆍ민생법안 지연…국민피해 속출] 선의의 전과자 양산… 출산도 국회 눈치볼판
◆정부 말 믿지 말고 국회부터 챙겨야


새해부터 바뀌는 규제 목록을 들고 투자에 나서려면 먼저 관련 법령이 국회에서 없어졌는지 확인부터 해야 한다. 우선 창업 활성화를 위해 최소 자본금(5000만원) 규정을 철폐하는 상법 개정안이 지난해 10월 국회에 제출된 이래 4개월째 잠을 자고 있다. 기업들의 구조조정과 청년실업으로 창업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창업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 규제 철폐는 첫 단추도 못 꿰고 있는 셈이다.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한 재건축과 재개발 관련 규제도 마찬가지다. 정부에서는 당초 재건축과 재개발 주택의 안전 진단을 완화해 연초부터 도심 주택 공급을 확대하려 했지만 관련 법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 무주택 서민과 저소득층을 위해 올해 13만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던 보금자리 주택 역시 입법 지연으로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 출범부터 공언했던 산업은행 민영화와 주택공사 토지공사의 통합은 올해 내에 이뤄질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관련 공기업들은 올해도 주요 사업 진행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강동균/노경목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