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일도양단식 판결 해줘야"

한나라당 지도부가 임시국회 폭력사태가 여야 모두에 책임이 있다는 이른바 `양비론(兩非論)'을 적극 비판하고 나섰다.

8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개최된 최고위원회의에서다.

국회를 주도적으로 파행과 폭력으로 몰고간 게 민주당인데 이를 양비론으로 희석시켜선 안된다는 것이다.

박희태 대표는 "한나라당도 나쁘고 폭력을 쓰는 민주당도 나쁘다는 식의 양비론적 사고로 판단하면 폭력은 끝도 없이 간다"며 "국회 폭력이 나쁘다고 일도양단식의 판결을 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폭력으로 민의의 전당을 짓밟고 거기에서 개선장군처럼 웃으면서 사진찍는 모습을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며 "정말 국민들이 심판을 해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대표는 "어떤 선진국 의회에서 이런 흉악한 정당을 보고 일방적으로 잘못됐다고 얘기를 안한 적 있느냐"면서 "정말 재판관이 돼 일도양단식의 판단을 해줘야 의회정치가 발전하고 국민들이 바라는 민주 국회도 자리잡을수 있다"고 말했다.

허태열 최고위원도 "양비론 속에 모든 책임있는 사람들이 다 숨어버린다"며 "양비론을 갖고는 우리 정치문화를 진전시킬수 없다.

오늘 이렇게 난장판을 치르고 나서 나중에 똑같은 일이 또 벌어진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경제역량은 커졌는데 정치 문화는 진전없는 불행한 사태인데, 국민들과 언론인들이 이 문제에 대해 새로운 각오와 판단을 해주는 것이 정치문화 발전을 위해 좋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몽준 최고위원은 "언론은 한나라당의 모습을 지리멸렬이라고 평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전멸했다"며 "집문서를 갖고 있는 사람이 맨몸으로 집에서 쫓겨나 길거리에 나와있는 기분으로, 우리 한나라당 172명에게 다 책임이 있다"고 자성론을 폈다.

그는 "한나라당의 기본적인 문제인 `두나라당', `웰빙정당'이라는 근본적인 체질을 고치지 않으면 무엇이 달라질 게 있겠느냐"면서 "한나라당 의원들도 민주당 못지 않게 의원직 사퇴도 불사한다는 결연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