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일 이명박 대통령의 신년 국정연설 브리핑에서 인적 쇄신과 관련,"국면 전환용 '깜짝 쇼'는 하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사는) 필요하면 언제든지 수요가 있을 때 한다는 일관된 원칙에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개각설 속에 이 대통령의 인사 원칙과 철학에 관심이 모아진다.

◆경험이 보약

이 대통령은 지난해 쇠고기 파문으로 인적 쇄신 요구가 거셌을 때 "훈련을 세게 했는데 뭘 또 바꾸나""장관 한 명 바꿔 나라가 잘 될 것 같으면 매일 바꾸겠다"고 말했다. 11월 외유 땐 "국제 회의에 갈 때마다 (우리는) 새 사람이 간다. 우리가 상대하는 모든 나라는 똑같은 사람이 나타나는데 (회의를) 할 때마다 사람이 바뀌면 그 사람이 뭘 알겠나"라고 반문했다. 한 참모는 4일 "이 대통령은 경험을 매우 중시한다"며 "대통령과 호흡을 맞추고 실적을 평가하려면 최소한 몇 개월이 걸리는 만큼 장관을 자주 교체하는 데 대해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여론은 참고만

정치 공세나 여론에 의해 사람을 바꾸지 않는다는 것도 중요한 원칙이다. 지난해 '촛불 수배자'들이 조계사에서 농성을 시작했을 때 경찰관들이 조계사에서 나오던 지관 스님의 차량을 검문하면서 어청수 경찰청장의 파면 요구가 빗발쳤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선 경찰들이 '원칙'대로 한 데 대해 파면한다면 전체 경찰의 사기와 직결된다는 판단이 깔려 있었다는 분석이다.

◆인선은 거북이,한번 고르면 끝까지 신뢰


한 참모는 "이 대통령이 지난해 개각,2기 청와대 참모 등 인사 때 각 후보자 이름 옆에 연필로 동그라미,세모,곱표를 표시해 그대로 되는가 싶었는데 지우고 다시 표시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동그라미가 세모로,세모가 동그라미로 여러번 바뀌었다"고 전했다. 인선에 신중을 기하지만 한번 고른 인물은 신뢰한다는 것도 특징이다. 이 대통령은 "실수가 있다고 해서 갈아치운다면 누구도 소신껏 일하지 못할 것"이라고 수차례 말했다. 지난해 12월 부처 업무보고에서는 "적극적으로 하다가 실수하는 사람은 정부가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여지는 남겨둬


지난해 "사람만 자주 바꾼다고 될 일이 아니다"고 했지만 6월 청와대 참모들을 대폭 교체했다. 11월 외유 땐 "그렇다고 사람을 바꾸겠다,안 바꾸겠다를 전제로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이 대변인이 "현재 국회 상황과 비상경제체제 가동 등을 고려하면 신년 국정연설을 인적 쇄신으로 연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힌 것은 국회가 정상화되면 개각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