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투극 벌어져..일부 인사 병원 이송..전경 발길질 당해

국회 사무처가 3일 이른바 '로텐더홀 퇴거작전'을 전개하면서 이를 제지하려는 민주당측과 극렬한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다.

국회 사무처의 움직임은 이날 오전부터 가시화됐다.

사무처는 민주당측에 공문을 보내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과 복도에서 진행중인 농성을 낮 12시까지 해제할 것을 통보한 뒤 "자율적 조치가 없을 경우 질서유지회복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정오를 기해 경위들이 곧 쳐들어온다'는 소문이 돌면서 본회의장 안에 있던 민주당 의원들과 국회의사당 본청 건물내 곳곳에 있던 의원 보좌진과 당직자들은 로텐더홀로 집결했다.

퇴거 작전은 낮 12시48분부터 시작됐다.

`국회 경위' 점퍼를 입은 경위 60여명과 노타이 정장 차림의 방호원 80여명 등 150여명은 3층 귀빈식당쪽 계단을 통해 민주당 인사들이 점거하고 있는 로텐더홀로 들어와 강제해산을 시도했다.

끌어내려는 경위들과 이를 막으려는 민주당 인사들이 뒤엉키면서 로텐더홀 곳곳에서 격렬한 몸싸움이 빚어졌다.

욕설과 고성이 난무하고 난투극이 벌어졌다.

일부 보좌진은 경위들에 의해 팔다리를 들린 채 국회 건물 밖으로 끌려나가기도 했다.

민주당측은 "김형오 사퇴하라", "박계동 나와라", "직권상정 결사저지" 등의 구호를 외치며 저지에 나섰으며, 앞줄에 서 있던 의원들과 경위간에도 몸싸움이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원혜영 원내대표는 안경이 깨졌고, 손목 부상을 입은 박병석 정책위의장은 구급차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1차 충돌이 있은지 10여분 뒤 경위와 방호원들이 강제해산을 다시 시도하면서 2차 충돌이 벌어졌다.

경위들은 본회의장에 도착한 지 43분만인 오후 1시31분께 일단 작전을 중지하고 철수했다.

민주당 인사들은 `아침이슬'과 `임을 위한 행진곡' 등 운동권 가요를 부르며 다시 농성에 들어갔다.

정세균 대표는 "권위주의 시대에도 없었던 일이 발생했다"며 "이런 일을 획책한 김형오 국회의장을 이시간 이후로 의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

의장실을 다시 접수하고 의장 퇴진을 위해 마지막까지 싸우자"고 결사항전을 다짐했다.

원 원내대표는 "비폭력 원칙을 지키기 위해 주먹을 쓰거나 욕하지 말라"고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국회 사무처는 강제해산 작전에 들어가기 직전부터 경찰 병력 80여명을 투입, 본관 건물 주변을 봉쇄하면서 로텐더홀 밖에서도 수차례 국지전이 벌어졌다.

경위들에 의해 끌려나왔던 민주당 보좌진과 주말을 맞아 외부로 나갔다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온 민주당 관계자 60여명이 본관 건물로 들어가려 했으나 전경들이 이를 막으면서 심한 몸싸움이 빚어진 것.
이 과정에서 민주당측 보좌관으로 보이는 인사가 창문에 몸을 기댄 채 본관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을 끌어내려는 국회경비대 소속 전경을 발길질했고, 한 의원 보좌관은 경찰과 몸싸움을 하다 머리를 바닥에 부딪혀 119 구급대로 실려갔다.

한편 한나라당측은 의원들에게 비상대기령을 내리며 사태를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강경파 의원은 "당장이라도 본회의장을 탈환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질서유지 작업에 가세하자"는 의견을 냈지만 원내 지도부는 격앙된 분위기 속에서 자칫 여야 의원간 물리적 충돌이 빚어질 것을 우려하며 만류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노재현 강병철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