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살려 위기를 기회로"..국민동참 호소
경제.민생.개혁.미래 4대화두 제시

이명박 대통령의 2일 신년 국정연설은 집권 2년차를 맞는 새 정부의 각오와 향후의 국정구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전대미문의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한 솔직한 진단과 위기극복을 위한 새 정부의 결연한 의지를 밝힘과 동시에 민생을 보듬고 각종 개혁작업을 가속화해 미래 선진일류국가로 나아갈 수 있는 확고한 초석을 다지겠다는 것이 핵심 메시지다.

특히 악화일로의 우리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정치권 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하면서 정부의 경제살리기 노력에 국민 모두가 적극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이 가운데 방송법 등 핵심 쟁점법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해를 넘겨 대치하고 있는 국회에 대해서는 "이제 국회만 도와주면 경제살리기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다"고 구체적으로 언급함으로써 국회의 결단을 공개 촉구한 의미가 있다.

이 대통령은 우선 새해 국정운영 방향과 관련해 경제와 민생, 개혁, 미래 4가지 화두를 제시했다.

핵심은 경제다.

4가지가 모두 서로 얽혀 있는 사안이긴 하지만 경제회복 없이는 민생을 챙길 수도 미래를 향해 의미있는 진전을 이룰 수도 없다는 것이 이 대통령의 판단이다.

이 대통령은 우선 "어느 나라도, 어느 누구도 정확하게 예측을 못했던 것처럼 이 위기가 언제 끝날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며 현 경제상황에 대한 냉정한 진단을 내렸다.

그러면서 "세계 모두가 통화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고, 재정지출을 대폭 확대하며, 구조조정을 단행해 시장의 불씨를 다시 살린다면 금년 하반기부터는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고 희망을 제시한 뒤 `비상경제정부' 구축과 이에 걸맞은 국정쇄신 단행 의지를 피력했다.

"매일매일 경제상황을 점검하고 대책을 세우고 실천하는데 1분1초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 "외국인 투자유치에 저부터 팔 걷고 나서겠다"는 대목에선 비장한 각오가 묻어났다.

이 대통령은 은행권에 대한 20조원 이상 지원, 중소기업 지원액 11조원 이상 확대, 투자확대를 위한 감세와 규제완화, 전체 예산의 60% 이상 상반기 집행, 청년 일자리 창출 등의 대책을 일일이 열거했다.

이 대통령이 이처럼 신년 국정연설의 절반 이상을 할애하며 경제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경제를 제때 회복시키지 못할 경우 선진국 진입은 물론 나라가 자칫 심각한 위기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그만큼 현 상황이 우리가 체감하는 것 이상의 위기상황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물론 `경제대통령'을 표방한 이 대통령의 신뢰에 중대한 흠집이 생기면서 취임 초 `쇠고기 파동'에 버금가는 사태가 재연되고, 정상적 국정운영이 힘들어질 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심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