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파행속 출발..4월 재보선 `뇌관'

기축년(己丑年) 새해 벽두부터 정치권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짙은 `운무(雲霧)'에 휩싸였다.

취임 첫해를 `촛불정국' 등으로 힘겹게 보낸 이명박 정부는 집권 2년차를 맞아 대대적인 `개혁 드라이브'를 예고하고 나섰고 이에 맞서 민주당 등 야권은 `민주주의 후퇴'라고 비난하면서 강경대응으로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여야가 지난해 연말부터 `MB 개혁법안'의 국회 처리를 놓고 격돌하면서 국회 파행이란 `무위의 정치' 상황 속에서 새해 첫날을 맞았다.

이런 가운데 개혁 드라이브의 속도와 폭은 `입법 전쟁'에 대한 민심의 향배에 좌우될 것으로 보이고, 이명박 정부에 대한 첫 중간 평가가 될 4월 재보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회 파행 장기화 = 정치권은 연초부터 `브레이크 없는 폭주 기관차'처럼 마주보고 달리는 `치킨게임' 양상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과 국회의장실, 상임위 3곳(문방위.정무위.행안위) 등에서 `결사항전' 태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은 당장이라도 쳐들어가 법안 강행처리에 나설 기세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MB 개혁법안'을 발판으로 강력한 개혁드라이브를 거느냐, 아니면 민주당 등 야당의 강력한 견제에 밀려 여야간 `힘의 균형'이 확보되느냐는 이 같은 `입법전쟁'의 결과에 달려있다.

현재의 상황을 감안하면 한나라당의 강행 처리는 시한폭탄처럼 예고돼있다.

여야 대치 속에 국회가 장기 공전이라는 `수렁'에 빠지면서 극심한 후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쟁점법안 강행처리시 장외투쟁과 함께 의원직 총사퇴도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 2005년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의 사학법 강행처리 등 4대 개혁입법에 반발, 한나라당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문제는 여론의 향배다.

여론의 흐름에 따라 연초로 예상되는 내각 등 여권의 대대적인 진용개편과 맞물려 `MB 개혁'에 강력한 드라이브가 걸릴 수도, 아니면 오히려 개혁에 발목을 잡히는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회 파행이 장기화될 경우 들끓는 비판 여론 속에 각당의 리더십 문제뿐만 아니라 4월 재보선에서도 핵심 이슈로 떠올라 `책임론' 공방이 가열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집권 2년차 개혁 가속화 = 이명박 정부는 집권 2년차를 맞아 새로운 출발을 위해 연초 개각을 통한 국정개혁의 드라이브를 걸 것이 확실시된다.

개혁의 바람은 공직 사회에서부터 세차게 불 전망이다.

이 같은 공직개편의 기저에는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명박 정부가 실제 일할 수 있는 시간이 내년 한해밖에 없다는 절박함이 배어있다.

개각의 폭과 방향은 조만간 윤곽을 드러내겠지만 현재 여권내 기류를 보면 중폭 이상의 개각과 청와대 개편을 통해 면모를 일신할 가능성이 높다.

여권의 인력 재배치는 크게 `투-트랙(Two-Track)'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진용은 `친정 체제'로 가되, 내각은 전 정권의 핵심 인사도 중용하는 `탕평' 쪽으로 가닥이 잡히지 않겠느냐는 것.
내각과 청와대 개편이 이뤄지면 국가적 에너지는 경제 살리기에 집중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각종 법령 및 제도 개편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대대적인 국정개혁을 수행하기에 앞서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박근혜 전 대표와의 관계설정이라는 견해가 적지 않다.

박 전 대표를 국정의 동반자로 인정하고 친박(親朴) 인사들을 포용할 것이냐 아니면 친박 진영을 배제한 채 친정체제로 개혁에 나설 것이냐는 전적으로 이 대통령의 몫이다.

◇정치적 `뇌관' 4월 재보선 = 새해 정치일정의 가장 큰 변수는 4월 재.보선이다.

이명박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을 띠게 될 4월 재.보선의 승패는 여야 모두에 리더십 변화를 초래할 `뇌관'과도 같다.

게다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과 언론 관련법 등 각종 쟁점법안들이 여론의 심판대에 오르면서 `이념 대결'을 부를 소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4월 재보선은 각 정당의 내부 역학구도에도 적잖은 파장을 불러올 `변수'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의 경우 재보선을 앞두고 미국에 체류중인 이재오 전 의원의 정치복귀가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친박-친이간 대립전선이 격화될 경우 한나라당은 `자중지란' 속에 이합집산의 핵분열을 계속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기 전당대회론이 불거지면서 당내 리더십 재편 문제가 부상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당내 차기 리더십과 맞물려 박근혜 전 대표와 정몽준 최고위원, 김문수 경기지사 등 잠룡들의 경쟁도 물밑에서 활발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제1야당인 민주당도 상황이 녹록지 않아 보인다.

장외투쟁에 돌입할 경우 지도부 교체론은 일단 잠복하겠지만 4월 재보선의 성적표에 따라 민주당의 리더십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자유선진당은 창조한국당과의 위태로운 `전략적 제휴'를 어떻게 끌고 가느냐가 관건이며, 진보진영은 사회 전반의 보수화 속에서 위축돼있는 진보 진영의 동력을 어떻게 결집시키느냐에 사활이 걸려있다는 관측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기자 jo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