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방문조사도 끝내 무산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헌법재판소 접촉' 발언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국회 법제사법위와 기획재정위 합동 진상조사위원회가 14일 소득없이 조사활동을 사실상 끝냈다.

지난 6일 강 장관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종합부동산세 위헌 소송 전망을 묻는 질문에 "헌재와 접촉했지만 확실한 전망을 알 수 없다.

일부는 위헌 판결이 날 지도 모르겠다"고 답변했다가 야당이 `사법권 유린'이라고 거세게 몰아붙여 조사위까지 꾸려졌으나 특별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조사위는 12일 재정부와 헌법재판소의 기관보고, 13일 청문회를 열어 강 장관의 발언 경위와 외압 여부를 따졌지만 위법.탈법 행위를 찾아내지는 못했다.

오히려 조사위는 13일 헌재의 종부세 위헌 소송 선고가 예정된 상황에서 진상조사 활동을 진행함으로써 정치권이 헌재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역풍을 맞기도 했다.

더욱이 조사위는 헌재가 권위와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진상조사에 소극적으로 임하면서 조사활동에 어려움까지 겪었다.

민주당은 헌재 선고를 조사위 활동 이후로 연기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수용되지 않았고, 심지어 이날 예정돼있던 헌재 현장조사도 이뤄지지 못했다.

국회는 헌재가 현장조사 대신 수석헌법연구관의 국회 방문을 제안해 이를 받아들였지만, 헌재가 다시 연구관이 국회를 찾아가 조사받는 게 부적절하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이날 예정된 조사일정 자체가 무위로 돌아간 것.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은 "민주당이 애초 진상조사를 할만한 사안도 안되는 것을 갖고 문제를 삼다보니 당연히 성과가 없는 것"이라며 "오히려 민주당이 면죄부만 준 셈이 됐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결과적으로 성과가 없는 것처럼 됐다"면서도 "조사위가 국회 차원의 특위가 아닌 연석회의로 꾸려지는 바람에 협조를 구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호소했다.

다만 헌재가 진상조사 활동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인 것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비판적 시각을 보였다.

민주당 소속 유선호 진상조사위원장은 현장조사 무산 뒤 성명을 내고 "헌재가 법 위의 무소불위 기관이 돼 법치와 민주주의를 흔들려하는 것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헌재의 잘못된 태도가 고쳐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진 의원은 "조사 일정을 짤 때 헌재의 의견을 반영했는데도 이제 와서 헌재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고, 이 의원은 "나중에라도 법사위에서 헌재 관계자를 증인으로 채택해 진상을 따져볼 것"이라고 했다.

이에 헌재 관계자는 "당초 수석헌법연구관이 비공개로 설명하는 정도의 제안을 한 것은 사실이나 연구활동을 담당하는 연구관이 국회에 가는 것은 헌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서 부적절하다고 결론냈다"고 해명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