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공세에 반격하고 말 비꼬기도

"경제학자 수십명과 토론해 나온 결과를 가지고 자꾸 웃기는 얘기라고 하면서 정부의 신뢰성을 훼손하는 이유가 뭔가. 경제를 걱정한다면서."

지난 7일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가 벌어졌던 기획재정위 국감장.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핏대를 올렸다. '실체도 없는 잠재성장률을 임기 말까지 7%로 올리겠다며 성장정책에 집착하는 이유가 뭐냐'고 집요하게 정부 경제정책을 공격하는 강봉균 민주당 의원을 향해서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누가 질의자이고 누가 답변자인지 모르겠다"며 혀를 찼다.

18대 국회 첫 국정감사장에 나온 장관들의 목소리가 세졌다. 과거의 수세적 입장에서 탈피해 의원들의 질의에 공세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답변 수준을 넘어 질문한 의원에게 반격을 가하거나 질문내용을 비꼬는 일도 허다하다.

강 장관은 지난 6일 국감에서도 '경쟁에 뒤떨어진 사람들을 배려해 보다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요지의 오제세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같은 책으로 공부하고도 다른 말씀을 하시니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로서는 너무 생소한 이야기라 뭐라 답해야 할지"라고 공세적으로 답변했다.

6일 통일부 국감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이 김하중 통일부 장관에게 "지난 정권 10년간 햇볕정책 전도사였고 실패한 정책 수행자가 통일부 장관으로 올 수 있었나. 영혼을 판 것이 아니냐"며 공격하자 "무슨 말을 그렇게 하나. 아무리 국감이지만 그렇게 말하지 말라.의원님도 반성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8일 18대 총선의 뉴타운 공약과 관련한 김유정 민주당 의원의 공격에 "초지일관한 사람을 자꾸 빠져나가려 한다고 표현하지 말라"며 맞받았고 9일 촛불집회 수사와 관련한 민주당 의원들의 공격에 어청수 경찰청장은 "법 집행기관으로서 실정법 위반을 처벌하는 것은 경찰의 기본적인 임무"라며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에 민주당은 장관들이 정부와 여당의 '야당 무시하기'를 따라하고 있다며 인적쇄신을 요구하고 나섰다. 조정식 원내대변인은 "장관의 국감 수감 태도의 오만함이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고 비난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