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21세기 신문명 창조의 동반자"

러시아를 공식 방문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30일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 연설에서 한러간 바람직한 관계와 함께 인생의 대선배로서 자신의 성공 스토리를 솔직담백하게 들려주며 러시아 대학생들과 깊은 `교감'의 시간을 가졌다.

이 대통령은 질의응답을 포함해 1시간 여 동안 진행된 연설도중 `스파시바'(감사합니다)라며 러시아어를 구사해 청중들로부터 열띤 박수를 받았으며, 연설 중간 중간에 특유의 유머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자신의 어려웠던 젊은 시절의 얘기를 풀어가며 러시아 대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갖고 미래를 향해 끊임없이 도전해 나갈 것을 주문해 호응을 얻었다.

이 대통령은 우선 `젊은이의 패기, 세계속의 한러관계 발전과 비전'이라는 제목의 연설을 통해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군사분계선은 단지 한민족을 남북으로 나누어 중무장으로 서로 대치하게 하는 분단의 철조망으로 그치는 게 아니다"면서 "한반도 분단은 동북아 평화와 안정의 장애물일 뿐 아니라 태평양이 대서양을 만나고 아시아가 유럽과 하나 되는 것을 가로막는 `세계의 장벽'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전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논의한 한반도종단철도(TKR) 및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결 사업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나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젊은이들이 시베리아횡단열차로 동방으로 다가와 서울의 벗들은 만나고, 한국의 젊은이들이 육로로 우랄산맥의 거대한 품에 안겨 러시아 친구들과 재회하는 그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고대한다"면서 "그 꿈에 다가가는 방법의 하나로, 나는 TKR과 TSR이 조속한 시일내에 연결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21세기 전환기를 맞고 있는 지구촌의 변화를 진단하며 러시아의 역할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러시아를 `21세기 신문명 창조의 동반자'로 지칭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은 "금융, 무역, 과학기술, 인터넷, 환경, 기후변화, 에너지, 핵무기, 식량, 테러 등의 문제는 국가 테두리내에서 해결할 수 없게 됐다"면서 "`우리의 조국은 지구'라는 인식이 이처럼 절실한 때는 없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21세기 신문명을 주도할 국가는 전인류적, 전지구적 가치의 중요성을 확실히 깨닫는 국가로, 러시아야말로 21세기 신문명을 주도해 나가야할 역사적 사명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연설에서 이 대통령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역사와 문화.예술에 대해 수차례 극찬하며 각별한 친근감을 표시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인 에르미타쥬 박물관을 비롯해 차이코프스키, 도스토예프스키, 쇼스타코비치, 파블로프, 브로드스키 등 세계적인 문화, 예술, 과학자들과 한인 록그룹 가수 빅토르 초이 등을 나열한 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도시"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 6월부터 현지에서 건설중인 현대자동차 공장을 언급한 뒤 "나는 `유럽으로 열린 창'이었던 상트페테르부르크가 `한국으로 열린 창'이 되길 희망한다"며 기대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또 학생들에게 대한민국의 근현대사와 함께 한 자신의 인생사를 소개하면서 진취적인 자세와 끊임없는 도전을 권고했다.

이 대통령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는 푸슈킨의 시 구절을 소개한 뒤 "어려운 역경을 만날 때마다 나는 이 시를 암송하면서 희망을 찾았고 좌절하지 않고 매진하여 오늘날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었다"고 말해 학생들의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이 대통령은 연설후 질의응답 시간에 한 학생이 `김윤옥 여사가 너무 아름다운데 어떻게 만날 수 있었느냐'고 묻자 "내가 아름다운 여인을 만난 게 아니라 집사람이 나를 만난 것"이라고 조크, 좌중에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연설에 앞서 니콜라이 크로파체프 총장과 환담한 자리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대 학생들을 여름학기에 초청할 의향을 밝혔고, 크로파체프 총장은 이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관해 설명할 수 있는 교수를 초청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크로파체프 총장은 특히 "독일과 러시아 양국간에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화'를 1년에 한번씩 갖는데 이런 식으로 한국과도 공동 학술행사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한러 관계 발전 및 양국 학술교류 증진에 대한 기여를 인정받아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으로부터 명예박사학위를 받았고, 연설도 박사복을 입은 채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내가 오늘 명예박사를 받았으나 동문이 됐다.

앞으로 장학금 제도나 학위인증제도를 하려고 하니 많이 참여해 주길 바란다"고 말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앞서 학생들은 연설을 위해 입장하는 이 대통령을 기립박수로 맞이했으며, 일부 학생들은 디지털카메라 등으로 즉석 사진을 찍는 모습도 연출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연합뉴스) 황정욱 이승관 기자 hjw@yna.co.kr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