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사 등 아르빌 현지, 철군에 짙은 아쉬움
재건지원.교육 등 왕성한 현지 활동 '호평'

"확실한 것은 자이툰부대는 좋은 기억을 남기고 떠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지난 22일 오후 이라크 아르빌주 청사에서 만난 쿠르드자치정부의 나우자드 하디 아르빌 주지사는 자이툰부대의 연말 철군 소식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나우자드 주지사는 이날 외국 출장마저 미루고 현지 부대를 방문 중인 한국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자이툰부대 장병은 쿠르드의 문화를 존중해 줬고 지금은 쿠르드 사회의 일원이자 우리 시민으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자이툰부대의 철군은 우리 쿠르드 입장에서 무언가를 잃는 허전함을 느끼게 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자이툰부대가 우리 지역에 주둔했다는 사실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한국 정부와 국회, 국민들에게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면서 "자이툰부대를 거친 모든 장병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자이툰부대는 2004년 9월 이라크 북부의 아르빌 지역에 전개한 이래 먼저 이 지역의 치안을 확보하기 위해 지역 경찰과 정보기관 시설을 현대화하는 한편 차량과 컴퓨터 등의 물자를 지원했다.

또 군.경 치안요원 양성 과정을 지원함으로써 안정된 지역 정세를 바탕으로 재건활동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

이어 자이툰 병원 및 기술교육센터 운영과 학교.보건소.심정 및 관개수로.도서관 건설 등 다양한 재건지원사업을 통해 현지인들로부터 '신이 주신 최고의 선물'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는 게 자이툰부대 관계자와 현지인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실제로 자이툰부대는 2004년부터 9월 현재까지 재건지원사업을 통해 학교 61개, 보건소 15개, 심정 및 관개시설 87개, 치안시설 15개, 마을회관을 비롯한 공공시설 82개 등 모두 260개의 시설물을 새로 지었고 지금도 7개의 학교와 보건소 1개 등 18개의 시설물 건축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들 사업에는 지난 4년간 한국국제협력단을 통한 정부 공적개발원조금 1천여억 원과 자이툰 부대를 통한 군 예산 400여억 원, 미국 자금 700여억 원 등 모두 3천100여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특히 다음 달 22일 아르빌 중심부 공원 안에 준공 예정인 '자이툰 도서관'은 아르빌주 뿐만 아니라 다훅주와 슐레마니아주 등 쿠르드자치정부의 관할 지역에서도 보기 드문 초현대식 다목적 도서관으로 아르빌의 '랜드마크'가 될 전망이다.

자이툰부대 사업지원팀장 노희관 중령은 21일 도서관 현장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지난해 5월부터 올해 9월까지 모두 44억6천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3만7천500㎡의 대지에 2층 규모의 도서관을 짓고 현재 마무리 공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노 중령은 "'자이툰 도서관'이라는 명칭은 아르빌 주 정부 및 지역주민과 협의로 결정된 것"이라며 "도서관에는 총 230여 석 규모의 열람실과 책 15만 권을 보관할 서고뿐만 아니라 자이툰 파병기념관과 한국 홍보관이 들어서고 강당, 대회의실, 컴퓨터실, 시청각실 등 부대 시설도 마련돼 지역 주민의 호응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컴퓨터와 전자제품 수리, 중장비운전, 특수차량운전, 발전기 정비, 자동차 정비, 제빵 등 7개 과정이 운영되는 자이툰 기술교육센터도 현지인들에게 취업을 위한 필수 코스로 정평이 나있다.

중장비운전 과정을 수강하고 있는 대학교 4학년생인 칼라트 압둘 키하르(20.여) 씨는 22일 오전 교육 현장에서 "자이툰 기술교육센터의 중장비 운행 교육이 이론적으로나 실용적으로 매우 유용하다"며 "아르빌 지역에 앞으로 건설 수요가 많기 때문에 졸업하고서 이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기술교육대장 구자원 중령은 "기수별로 150명의 수강생을 모집해 하루 5시간씩 주 5일 8주간의 교육과 한 달간의 취업준비과정을 거쳐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15개 기수 2천163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는데 이들의 취업희망 대비 평균 취업률이 78%에 달한다"고 소개했다.

자이툰 기술교육센터는 예정대로 연말에 부대가 철수하면 오는 11월 4일 마지막 기수인 16기 141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뒤 쿠르드자치정부나 미군에 의해 운영될 전망이다.

2004년 11월 개원한 부대 안의 자이툰 병원은 내과, 일반외과, 정형외과, 이비인후과 안과 등 9개 과와 응급실, 수술실 등을 갖추고 있으며 9월 현재까지 현지인 8만6천여 명을 진료하고 이 중 수술을 받은 현지인도 1천500명에 달한다.

의무대장 정현호 중령은 "현지 주민의 편의를 위해 부대 정문에서 병원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다"면서 "현지인뿐만 아니라 자이툰부대 장병과 동맹군, 교민까지 합치면 자이툰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는 13만 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자이툰부대는 30%에 달하는 아르빌 지역의 문맹률을 낮추기 위해 쿠르드어 교실을 지원하는 한편 태권도 교실 운영, 체육대회 개최 등을 통해 한국과 쿠르드 문화 교류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 같은 모든 업적과 성과를 뒤로 한 채 자이툰부대는 올해 말 철수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현지인들뿐만 아니라 부대 관계자들도 아쉬운 마음을 숨기지 않고 있다.

22일 아르빌 지역에서 가장 큰 모스크에서 만난 종교지도자 바쉬르 칼릴 하다드 박사는 "한국군은 다른 문화에 배타적이지 않았고 자이툰부대 덕분에 쿠르드 지역은 많은 발전을 이뤘다"면서 "자이툰부대의 철수 소식을 접하게 돼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이 주도하는 다국적군의 활동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위임에 따라 올해 12월 31일 종료할 예정인 가운데 현재 24개 이라크 파병국 가운데 폴란드가 10월 말, 한국을 비롯한 10개국이 12월 말까지 철수하는 데 이어 미국도 다음해 1월까지 8천 명을 철수할 것이라고 발표하는 등 자이툰부대의 파병연장은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국방부 측의 설명이다.

나우자드 아르빌 주지사도 '좋은 기억을 남기고 떠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자이툰부대의 연내 철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국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와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가 미군의 이라크 파병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어 연말 미 대선 결과에 따라서 자이툰부대 파병연장에 대한 논의를 촉발하는 계기가 마련될 여지가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아르빌<이라크>연합뉴스) 유현민 기자 hyunmin6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