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환담.."보좌진이 잘해야"

전두환 전 대통령은 8일 "(미국산) 쇠고기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이 아니어도 그렇게 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은 이날 연희동 자택에서 추석명절 인사차 방문한 정정길 대통령실장의 예방을 받고 "이 대통령이 여러 타이밍이 별로 안 좋아서 취임하자마자.."라면서 이같이 반문했다.

그러면서 전 전 대통령은 "나도 청와대에서 일을 해봐서 알지만 미국이 우리나라와 협상하는 문제가 즉각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실무자들이 몇달동안 밟아놓고 해놓으면 마지막에 대통령은 내용도 모르고 사인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은 이와 관련, "나도 그런 게 몇가지 있었는데, 과거 영국을 방문해 대처 전 수상을 만날 때 나는 잘 모르는 상태에서 우리 국방부 장관이 무슨 협상과 관련해서 `이렇게 하십시오'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면서 "대처 수상이 그것을 고맙게 생각해 3개월 뒤에 방한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전 전 대통령은 또 "국가 원수라는 위치가 본인도 결심을 잘해야 하지만 밑에서 보좌하는 사람들이 명보좌관이 돼야 한다"고 지적한 뒤 "정 실장은 쇠고기문제로 전 국민이 걱정할 때 들어오셔서.."라면서 "시위가 없어져 안정이 됐고 국민들이 마음이 편할 것이니 그것을 참고해서 대통령을 앞으로 잘 모셔달라"고 당부했다.

이 자리에서 정 실장은 전 전 대통령에게 이 대통령의 안부를 전한 뒤 "우리가 대통령을 잘못 모셔서.."라며 "여러 현안들을 신속하게 해결하고 제자리로 가야하는 데 능력이 부족해서 못 모시는 것 같아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날 예방에는 정 실장과 함께 황준기 행정자치비서관이 수행했으며, 전 전 대통령은 "나는 나이에 비해 젊다고 한다.

31년생인데 그렇게 보는 사람이 잘 없다"고 말하는 등 시종 밝은 표정을 보였다.

앞서 전 전 대통령은 지난 7월말 취임 인사차 방문한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 등 당 지도부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도 "군에서도 불문율로 연대장 이상이 되면 100일은 봐 주는데, 대통령은 상당히 오래 봐줘야 되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을 옹호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