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국회 정상화를 둘러싼 여야의 기싸움이 고조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임시국회가 끝나는 4일까지 야권이 등원하지 않으면 사실상의 `단독개원'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으나 야권은 "이대론 못들어간다"며 여전히 강경한 자세다.

여야 대치의 이면에는 개원이후 정국 주도권을 둘러싼 힘겨루기도 작용하고 있다.

`수적우위'를 바탕으로 국회 운영을 주도하려는 여당과 `쇠고기 민심'을 지렛대로 대여 공세의 이니셔티브를 쥐고 가려는 야권의 속내가 맞부딪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여야는 국회 정상화라는 총론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으면서도 각론에 해당하는 전제조건들을 놓고는 여전히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국회의장 선출.단독개원 논란 = 국회의장 선출문제가 당장 `발등의 불'이다.

입법부 수장(首長)의 부재로 국회의 기능이 사실상 마비상태에 빠져든 탓이다.

한나라당은 회기 종료일인 4일을 마지노선으로 잡고 그 때까지 야권의 등원이 없으면 친박연대 등과의 공조 하에 국회를 소집, 국회의장 선출을 강행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정식 개원이 아닌 의장 선출절차를 밟기 위한 국회를 일시적으로 열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7월4일이 되면 제헌 60년 이래 처음으로 국회의장이 없는 국회, 식물국회, 헌법정지 국회가 탄생한다"며 "7월 4일 개원한다는게 아니다.

그러나 국회의장만은 선출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이미 4월 오후 2시로 본회의 소집을 요청해놨다.

이에 대해 야권은 "여당의 단독개원은 5공 군사시절에도 없었던 독재발상"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여야간 합의에 기초하지 않은 채 국회의장을 선출하는 것은 의회 민주주의의 기본정신에 위배된다는 논리다.

통합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나라당이 4일 같은 편인 친박연대를 동참시켜 단독 등원하려고 한다"며 "단독 등원은 의회독재를 하겠다는 것이다.

국회도 머릿수로 일방통행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감시와 견제를 해야할 의회의 역할을 포기하고 거수기와 선봉대 역할을 하겠다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자유선진당과 민주노동당도 한나라당의 단독개원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 = 국회 정상화의 최대 쟁점인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을 놓고 여야간 상당한 의견접근이 이뤄졌으나 각론에서는 여전히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은 `개정 불가'에서 `국제 통상마찰이나 국제기준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개정'으로 입장을 완화했지만 야권의 요구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김정권 원내부대표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가축법 개정을 국회에서 논의한다는 입장"이라며 "그러나 국제협약을 국내법으로 제약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그 범위를 넘지 않는 선에서는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야 3당은 `재협상'에 준하는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 하에 금주중 공동 개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한미 쇠고기 협정의 상위법 개념인 가축법 개정을 통해 협정 내용을 근본적으로 변경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개정안은 ▲쇠고기 수출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중단 ▲수출국 위생조건에 대한 국회동의 의무화 ▲30개월 미만에서도 특정위험물질(SRM) 위험물질 수입 금지 ▲도축장 승인권과 월령표시 등을 주요내용으로 담고 있다.

◇법사위원장 배정 = 원구성 협상의 핵으로 떠오른 법사위원장 배정 문제를 놓고도 여야간 동상이몽이 크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현행 법사위원장 자리를 그대로 넘겨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한나라당은 법사위의 권한과 기능을 축소한 형태로 양보하겠다는 구상을 내보이고 있다.

법사위의 `게이트 키퍼' 역할을 일정정도 견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회 주변에서는 법안이 3개월간 법사위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자동으로 본회의에 올라가도록 하는 아이디어가 흘러나오고 있다.

◇국회특위 구성 = 개원후 설치할 국회 특별위원회 구성을 놓고도 여야간 견해차가 두드러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쇠고기 특위와 민생대책 특위, 국회법 개정 특위 구성에 여야 모두 동의하고 있다.

문제는 `플러스 알파'다.

민주당은 추가로 방송장악 음모저지 특위 구성을 요구하고 있고, 이에 한나라당은 공기업 개혁특위를 구성하자고 맞서고 있다.

◇국정조사 = 야당이 요구해온 국정조사 실시에는 여야 모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개원 이후 첫 임시국회에서 쇠고기 국정조사가 실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나라당 원내 핵심관계자는 "야당이 국회에 들어오면 쇠고기 국정조사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사범위와 기간, 대상 등 각론을 놓고는 이견조율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국정조사는 그 자체로 정치공방 무대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야권은 가급적 국정조사를 `길게' 가져가려고 할 가능성이 높지만 여당측은 가급적 `짧게' 마무리하려는 경향이 강해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개원직후 국회 본회의에서 긴급현안 질의를 실시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큰 이견 없이 합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어청수 경찰청장 파면 =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에 대해 정부가 어느 정도의 `상응한 조치'를 취할 것이냐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어청수 경찰청장의 인책문제를 놓고 여야간 신경전이 가열되는 분위기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은 국회의원 폭행과 공안정국 조성을 이유로 어 청장의 경질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측은 "정당한 법적용을 놓고 과잉진압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통상절차법 제정 = 야당이 주장해온 통상절차법 제정 문제를 놓고는 여야가 큰 이견이 없이 합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통상절차법은 통상무역협정을 맺기위한 절차와 과정에서 국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김범현 기자 rhd@yna.co.kr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