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정부 `거수기' `방패막' 안될 것"

한나라당의 새 원내사령탑이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짊어진 채 30일 첫 발을 내디뎠다.

18대 국회에서 한나라당의 위상은 지난 17대 국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명실공히 집권 여당의 지위를 갖게 됐으며 지난 4.9 총선에서 153석을 확보, 과반 정당으로서 국정의 흐름을 주도하게 된 것.
새로운 진용을 갖추고 출범한 한나라당 새 원내대표단과 정책위의장단의 역할도 이와 비례해 막중한 권한과 책임을 갖게 됐다.

하지만 최근 난마처럼 얽힌 현안들은 정국을 급속히 냉각시키며 `홍준표 원내대표-임태희 정책위의장'을 정점으로 한 새 원내지도부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 에너지.식량.원자재 대란 등은 한나라당이 직면하고 있는 고민거리다.

사회 갈등을 심화시키고 민심 이반을 부추기는 요인들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도 친박인사들의 복당 문제를 둘러싼 소모적인 신경전이 반복되고 있고, 미국산 쇠고기 문제 등에 대한 정부의 대국민 의사소통 부재를 놓고 `국정쇄신론'이 고개를 드는 등 첩첩산중인 모양새다.

게다가 지난 29일 `쇠고기 고시' 발표로 통합민주당이 강경투쟁을 선언, 한나라당은 18대 국회 임기 첫날부터 민주당과의 `대화 채널' 구축마저 실패했다.

홍준표, 원혜영 양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첫 회담을 갖고 18대 국회 원구성 협상 개시를 선언할 예정이었으나 민주당이 쇠고기 문제에 따른 회담 연기를 통보, 향후 여야관계에서 험로를 예고했다.

이날 새벽 양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호프집 회동'을 갖기는 했으나 쇠고기 문제를 놓고 양측간 의견이 평행선을 달려 관계 복원을 위한 실질적인 대화는 이뤄지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첫 주요 당직자회의는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결의와 의지를 다지는 `결의대회'를 방불케 했다는 것.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회의에서 주역에 나오는 `시교난생(始交難生.처음 시작할 때 어렵다)'을 거론하면서 "상황이 상황인 만큼 마음이 무겁다"고 토로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도 "정부와 우리는 공동책임을 갖고 있는 만큼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부가 실용주의 노선을 취하고 있는 만큼 국회도 국익 우선, 실용주의 시대에 맞게 야당과 대화와 타협으로 모든 문제를 풀어가도록 할 것"이라며 의지를 다졌다는 것.
"결연한 의지가 오늘 회의에서 보였다"는 김정권 공보담당 원내부대표의 전언은 현 상황에 대한 새 원내사령탑의 부담감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김 원내부대표는 회의 브리핑에서 "민주당이 18대 국회 개원 첫날부터 장외로 나가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민의의 전당인 국회로 돌아와 대화를 통해 각종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당.정.청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것도 새 원내사령탑이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쇠고기 문제를 비롯해 그동안 정책 추진과정에서 발생한 정책 실책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당.정.청 소통 시스템의 필요성은 진작부터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홍 원내대표는 "과거 여당은 정부의 잘못과 실수를 덮어주고 감싸주는 소위 `거수기', `방패막' 비난을 받았다"며 "우리는 여당을 그렇게 하지 않고 사전예측 및 사후통제 기능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정.청이 반드시 하나가 돼 한 목소리로 정책을 국민 앞에 펼치는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며 "새로운 당.정.청 시스템은 내주중 완비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나라당 새 원내대표단과 정책위의장단은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찾아 참배했다.

홍 원내대표는 방명록에 `역사와 국민을 위하여'라고, 임 정책위의장은 `역사와 국민 앞에 책임지고 일하겠습니다'라고 각각 적었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 노재현 기자 kbeomh@yna.co.kr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