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강재섭 대표가 변화무쌍한 정치적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강 대표는 23일 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친박 탈당인사의 복당 문제와 관련, "제가 (대표로) 있는 동안은 무조건 못한다"면서 "내가 코미디언도 아니고 나름의 원칙이 있는데 금세 와서 받아들인다고 할 수 없다"며 7월 자신의 임기 내 불가 방침을 거듭 밝혔다.

권영세 사무총장 등 온건파를 중심으로 친박 무소속 인사들에 대한 부분적 복당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거론되는 가운데, 복당 불가론에 다시 한 번 쐐기를 박은 것.
이 같은 발언은 전날 이명박 대통령이 18대 국회의원 당선자들과 청와대 만찬에서 총선 결과에 만족감을 표시하며 "내 경쟁자는 민주당의 누구도 아니고, 어느 당에도 없다"면서 박 전 대표측에 사실상 `경고' 메시지를 거듭 내놓은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복당 문제는 어디까지나 당의 문제라고 전제했지만, 강 대표 입장에서 이 대통령과 다른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고 그런 차원에서 복당 문제를 둘러싼 압박을 달가워하지 않는 듯한 이 대통령 입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이런 가운데 당선자 워크숍은 물론 청와대 만찬에도 불참하면서, 사실상 침묵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결국 공천 내홍이 극에 달했던 지난달 23일 박 전 대표가 "나도 속았고, 국민도 속았다"며 당의 공천을 정면으로 비판, 불과 다섯시간 만에 강 대표의 불출마를 이끌어냈던 대립 구도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전까지 이 둘은 정치적 `공생' 관계를 줄곧 취해왔다.

두 사람 사이의 기묘한 관계변화가 정치권에서 아직도 회자되는 이유다.

우선 박 전 대표가 지난 98년 재.보선에 출마할 당시 애초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교편을 잡았던 경북 문경.예천에 출마하려 했으나 강 대표의 적극적 노력으로 대구 달성으로 방향을 돌린 것은 주지의 사실. 당시 강 대표는 달성 지역 선대위원장을 맡아, 새정치국민회의 엄삼탁 후보의 바람을 잠재우는데 일조했다.

이후 박 전 대표 재직 시절인 2005년엔 강 대표가 원내대표를 맡아 사학법 투쟁을 진두지휘했고, 사실상 강 대표가 현재 대표직을 거머쥘 수 있었던 배경에도 박 전 대표의 `물밑' 지원이 절대적이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강 대표가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행보를 보이며, 박 전 대표측으로부터 알게 모르게 많은 원망을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 강 대표는 최근 대구.경북지역 기자들과 오찬간담회에서 경선 당시 중재안 등을 예로 들며 "내가 겉으로는 중립을 유지했지만 실제로는 친박이었는데, 박 전 대표가 그걸 몰라주니 답답하다"며 서운함을 표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한 의원은 박 전 대표와 강 대표의 관계에 대해 "서로간의 애증이 얽힌 관계"라고 표현했다.

향후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다시 방향을 틀지는 미지수다.

그때 그때 역학관계와 구도에 따라 언제든 손을 잡기도, 놓기도 하는 것이 여전히 엄연한 정치적 현실이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kyung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