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총선에서 개혁.진보 성향 의원들이 대거 낙선하면서 통합민주당의 보수 색채가 짙어지고 있다.

당선자 대부분이 이념적으로 중도 또는 중도보수 성향인 데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관료를 지낸 인사들이 상당수 원내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차기 당권 경쟁을 위한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에서 정체성을 둘러싼 노선 투쟁이 본격 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에서 김근태(GT)계를 비롯해 386 운동권 계열,친노(親盧)세력 등 민주당 내 진보.개혁 그룹은 거의 전멸하다시피했다.

문병호 정성호 제종길 최재천 의원 등 개혁적 성향의 민생모임 출신 의원들도 고배를 마셨다.

대신 손학규계와 옛 민주당 출신은 대거 약진했다.

지난해 중도보수를 지향하며 열린우리당을 탈당했던 김한길계 상당수도 살아남았고,강봉균 김진표 홍재형 변재일 의원 등 관료 출신들도 대부분 생환했다.

비례대표 당선자 15명 가운데 재야 또는 진보 진영에서 활동하거나 소수자 보호를 견지해온 이는 박은수 김상희 당선자 정도에 불과하다.

민주당 당선자 81명 중 개혁.진보 성향으로 꼽히는 인물은 천정배 원혜영 최규성 김재균 최재성 조정식 당선자 등 12명 정도이고,85%가량인 65명은 중도.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정치권에선 이번 총선 결과로 손학규 대표의 '새로운 진보' 표방으로 이미 민주당의 이념 좌표가 한 걸음 오른쪽으로 이동한 데 이어 중도.보수화 현상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반발 움직임도 감지된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당선자의 세력 분포를 볼 때 전당대회를 통해 지도체제가 개편되더라고 이명박 정부와 차별화된 정책 노선을 밀고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수적 열세에다 선명성마저 담보되지 않는다면 대여(對與) 전투력에 적신호가 켜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개혁 성향 중진인 천정배 의원과 송영길 최재성 강기정 의원 등을 중심으로 개혁블록의 복원에 나설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이 전대에서 대표주자를 내세워 본격적으로 정체성 논란에 불을 댕길 개연성도 커 보인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