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공천 문제로 한나라당 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박근혜 전 대표가 11일 만났다.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4개국에 파견할 특사단을 접견하는 자리에 박 전 대표가 중국 특사단장 자격으로 참석한 것이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해 12월29일 당선인 집무실에서 양자 회동한 지 13일 만으로 분위기는 시종 냉랭했다.이상득 국회부의장과 정몽준 이재오 의원 등 특사단 전체가 모인 만큼 설전이 오가지는 않았지만 박 전 대표는 행동과 표정으로 최근 정국에 대한 불편함을 숨기지 않았다.

시간에 맞춰 접견장에 들어온 박 전 대표는 다소 굳은 표정으로 이재오 정몽준 의원을 지나쳐 이상득 부의장과 악수했고 정 의원과 이 의원에게 인사했다.박 전 대표와 이 의원은 접견시간 내내 서로를 외면하는 모습이었다.

이 당선인과 박 전 대표는 기념사진을 찍을 때 옆자리에 섰으나 박 전 대표는 조금 떨어져 있다가 누군가가 "좀 다가서세요"라고 하자 마지못해 한 걸음 다가서기도 했다.

이 당선인은 "최근 중국의 정책 변화로 국내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데 중국 당국에 잘 이야기해달라"며 "중국이 가진 중요성 때문에 박 대표를 특별히 특사로 보내는 것"이라고 당부했다.이에 박 전 대표는 "잘 준비해서 가겠다"고 짤막하게 대답했다.

접견이 끝난 뒤 이 의원은 박 전 대표와의 '관계'를 감안한 듯 엘리베이터 앞까지 배웅하며 목례를 했으나 끝까지 악수는 하지 않았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