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북한 기아참사는 인류에 대한 범죄"


북한은 `시대착오적' 정권이므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치가 끝나면 붕괴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렇게 주장한 미국의 북한 문제 전문가는 또 100만명 이상이 희생된 북한의 1990년대 기아참사가 북한의 잘못된 자립정책과 권위적인 정부의 늑장대응이 빚은 인류에 대한 범죄라고 비판했다.

`북한의 기아사태'의 공동저자인 스테판 해가드 캘리포니아대학 교수와 마커스 놀랜드 한국경제연구소(KEI) 선임연구원은 2일 미국 워싱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에서 출간기념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 정부가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해 90년대에 기아로 100만명이나 목숨을 잃는 20세기 최악의 기아참사가 벌어졌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이들은 기아참사의 원인이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지원을 가로막은 폐쇄적인 북한 정부의 대응능력 부재였다고 본다면서 참사에 대한 북한 정부의 책임은 인류에 대한 범죄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기아참사를 거치며 북한 7세 남자 어린이의 평균 신장은 남한과 비교했을 때 20% 작아지고, 몸무게는 40% 가벼워져 일제 강점기의 비극상을 능가할 지경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북한내 가정이나 기업, 지역의 당(黨) 기구와 군대 하부 조직들은 경제붕괴에 대처하기 위해 기초적인 유통시장을 만들어냈지만 북한 정부는 이런 변화를 수용하기를 거부하고 목표가 분명하지 않은 경제개혁과 자멸을 초래하는 외교정책을 선택하는 오류를 범해 기아사태가 오늘날에도 주기적으로 되풀이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북한의 식량 부족사태 해결을 위해 인도주의적 원조에서부터 농업부분 인센티브제도 개혁,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 등 다양한 방안이 있을 수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북한에 달려 있다"면서 "북한주민들에게 소유권을 보장하고 자유롭게 물품을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가장 광범위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출판기념회에서 놀랜드 연구원은 북한 정권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후 붕괴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놀랜드 연구원은 북한의 강력한 내부통제도 있지만, 이웃한 중국과 한국이 자국 내에서 북한 정부에 대항한 조직화된 저항운동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북한의 강권통치가 유지되는 측면도 있다고 진단했다.

놀랜드 연구원은 "따라서 어떤 점에서 그들은(북한은) 지금 상당히 좋은 상황에 있다"면서 "그러나 이는 북한 정권이 그만큼 시대착오(anachronism)라는걸 말해주는 것으로, 나로서는 김정일의 사후에도 이 정부가 계속 지속되리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놀랜드 연구원은 1990년대초 동유럽 공산 정권의 붕괴시 김일성의 사후를 놓고 비슷한 시나리오들이 대두됐던 점을 상기시킨 뒤 "나는 이런 형태의 정권이 이토록 길게 유지되는게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많은 전문가들이 김일성 사후 북한 정권의 `복원력(resilience)을 전통적으로 얕잡아봤음'을 인정했다.

그는 대북 원조국들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서로 달랐던게 국제사회의 북한 장악 효과를 훼손시켰다고 지적, "우리가 북한을 옥죄어 정권교체를 가져올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걸 인식해야 한다"면서 미국.일본이 `북한 압박'에 나서더라도 중국, 한국이 대북지원을 늘려 이를 상쇄시켜 주는건 간단하다고 예시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재홍 특파원 jae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