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한국의 세 번째 특수(特需)는 북쪽에 있다"며 대북 지원이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임을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를 공식 방문한 노 대통령은 25일 오후(현지시간) 리야드에서 열린 동포 간담회에서 "남북 관계가 열리고 북한이 개발되면 한국경제는 또 한번의 강한 경쟁력을 갖고 세계시장에 힘차게 진출하는 계기가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1960년대 말 이뤄진 베트남 파병은 '우리 경제가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기회'였으며 두 번째로 중동 특수는 '우리 경제의 고비를 넘긴 또 한번의 기회'였다며 대북 특수는 세 번째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친북도,친미도 필요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대북 지원을 한국을 위한 '선(先) 투자'로 이해해야 한다는 소신을 강조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2005년 9월 "통일비용의 개념은 준비비용이며 북방투자라고 인식하는 것이 맞을지 모르겠다"고 말한 바 있다.이날 간담회에서도 노 대통령은 "남북 관계가 열리고 우리 도로와 기차가 중국,러시아로 바로 연결되고 만주ㆍ연해주 개방이 이뤄지고 또 한국의 상품이 철의 실크로드를 따라 유럽으로 기차로 연결되는 시대가 오면 한국경제가 또 한번 기회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지원에 대한 퍼주기 논란도 강하게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그 정도의 지원은 꼭 해야 한다"며 "미래를 위한 투자인데 어떻게 퍼준다고 하고,친북 정권이라고 할 수 있나"라며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앞으로 대한민국이 살자면 친미도 하고 친북도 해야 한다"며 "북한을 원수로 만들어 놓고,그 우환을 언제까지 감당하려 하느냐"고 말했다. 지난 2월 이탈리아 방문 중 로마에서 가진 동포간담회에서 밝힌 "북한이 달라는 대로 주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래도 남는 장사"라고 한 발언과 같은 맥락인 셈이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이번에는 잘 될 것 같다"며 강한 자신감을 표시했다.


◆이라크 파병,최선의 선택

노 대통령은 26일 오전(현지시간) 중동 순방 두 번째 방문국인 쿠웨이트에 도착,주둔 중인 공군 다이만 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라크 파병 결정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최선이라고 해서 내린 판단"이라고 말했다.

또 "역사적으로도 결코 비난받거나 잘못된 선택이라는 평가를 받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며 "여러분이 군인의 신분으로 이곳에 파병된 이상 명령에 기꺼이 따라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쿠웨이트와 이라크 접경 지역에 위치한 다이만 부대는 이라크 자이툰 부대를 지원하기 위한 항공수송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오찬을 하면서 부대 장병들을 격려한 뒤 수도인 쿠웨이트 시티로 돌아와 사바 국왕과 양국 정상회담을 갖고 에너지,건설·플랜트,IT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고 이를 위한 고위급 공동위원회를 정례화하기로 했다.

리야드ㆍ쿠웨이트시티=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