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DA 사실상 '사망선고'..청산절차 밟을 듯

지난 18개월여를 끌어온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의 북한 동결계좌 처리문제가 큰 가닥을 잡았다.

미국 재무부는 이르면 14일 북한의 불법자금을 관리해온 BDA와 미 은행들간 거래 금지를 골자로 하는 BDA 조사결과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어서 충격파가 예상된다.

아울러 BDA를 '돈세탁 우려대상기관'에서 '돈세탁 대상기관'으로 공식 지정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이런 조치가 최종 발표되면 미 연방검찰은 돈세탁에 연루된 BDA의 주요 임원들을 기소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 BDA 사실상 '사망선고' = 사실 미국의 이런 수순은 이미 예고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핵폐기를 위해 BDA에 면죄부를 줄 경우 전세계적으로 추진해온 대량살상무기(WMD) 확산금지체제와 달러화의 위폐 근절 의지가 크게 훼손될 것을 우려한 탓이다.

그간 부시 행정부는 BDA내 북한계좌 동결 문제가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순전히 미 국내법에 따른 조치일 뿐이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취해왔다.

어떻든 미국 은행들과의 거래 중단 조치는 BDA 입장에선 사실상 '사망선고'에 다름없다.

미국으로부터 돈세탁 은행으로 지정되면 BDA는 미기업은 물론이고 미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기업들과의 외화거래가 외환 거래가 전면 차단돼 사실상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되고 마카오 금융업도 크나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 BDA 처리절차 = 마카오 금융당국은 이번 재무부 조치에 따라 BDA에 대해 청산 또는 인수합병(M&A)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미 정부가 돈세탁 은행으로 지정한 우크라이나와 리투아니아, 미얀마(옛 버마) 등 8개 은행도 모두 도산하거나 통폐합됐던 사실을 감안한 것이다.

뉴욕의 한 금융전문가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BDA도 청산절차를 밟아 매각되거나 다른 은행에 인수.합병될 가능성이 크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특히 재무부는 이번 발표에서 BDA 북한자금 중 합법적인 것과 불법적인 돈의 규모를 명시하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자금 해제의 숨통은 틔우되 BDA는 돈세탁 혐의가 분명하다는 점을 적시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BDA에 동결돼 있는 북한자금 2천400만 달러에 대해 "동결 주체가 마카오 금융당국이기 때문에 그걸 어떻게 해결하느냐도 마카오당국에 달린 것"이라고 주장해온 그간의 미국 입장을 고려하면 쉽게 이해되는 대목이다. 따라서 BDA가 어떤 방식으로 처리되느냐에 따라 북한계좌 반환방법도 달라지게 될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2천400만달러 전액해제, 선별해제냐 = 의견은 크게 둘로 나뉜다. 합법자금으로 분류된 800만달러∼1천200만달러만 해제할 것이라는 설과 전액을 해제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미국은 전액 해제를 원치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은 마카오 당국이 2천400만달러 중 합법자금만 해제주기를 내심 희망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마카오와 중국 금융당국이 자의적 판단에 따라 2천400만달러 전액을 풀 것이라는 관측이 없지 않다.
마카오 정부가 그간 '언스튼&영'이라는 회계감사회사에 의뢰, 실시한 자체 조사에서 2천400만 달러는 대부분 합법자금으로 밝혀졌다고 주장해온 점을 감안하면 그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은행의 뉴욕 법률회사인 '헬러 에르만'도 지난해 10월 미 재무부에 "마카오 당국의 감사결과 돈세탁의 증거가 전혀 없다"는 청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때문에 미국이 이번에 BDA 관련발표를 하더라도 북한이 실제 돈을 찾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핵 6자회담에 미칠 영향 = 미국의 이번 결정은 지난 2.13 합의에 따라 북한의 핵폐기 유도를 위해 미국이 취할 초기조치에 대해 일정한 성의를 보이되 북한을 압박할 끈을 완전히 놓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부시 행정부가 마카오 당국이 북한의 불법 자금을 계속 묶어두길 원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때문에 북한의 강한 반발로 6자회담이 갈지자 걸음을 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미국은 이런 점을 우려, 북한에 '세계 금융체제 편입 지원 카드'를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불법행위를 중단하고 핵폐기에 적극성을 보인다면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 체제에 편입할 수 있도록 미국이 적극 협조하겠다는 얘기다.

실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지난달 28일 하원청문회에서 "재무부가 최근 양국간 금융실무 협의에서 북한이 국제금융체제에서 고립되지 않고 궁극적으로 국제금융기구에 편입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조언했다"고 공개,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조복래 특파원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