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소가 어딨는지 몰라서…", "정치불신…투표불참도 의사표명이다"

5ㆍ31 지방선거의 투표율이 50%를 넘어설지 관심이 모이고 있는 가운데 투표를 하지 않은 `이름뿐인 유권자'의 불참의 변(辯)도 가지각색이다.

국민의 기본권인 참정권을 포기한 유권자가 주로 내세우는 이유는 "누굴 뽑으나 마찬가지"라는 정치에 대한 불신이다.

투표를 안 할 예정이라는 배모(54ㆍ여ㆍ도봉구 도봉동)씨는 "예전엔 투표를 했지만 지금은 관심없다"며 "찍어주고 나면 항상 정치인들이 서민을 힘들게만 하는 모습에 후회를 해왔기 때문"이라고 정치판을 비판했다.

대전에 사는 회사원 김모(30)씨는 "한나라당은 `차떼기당'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강했고 열린우리당은 지난 3년간 비슷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어느 정당을 택하든 결국 똑같아 질 것이라는 생각에 아예 투표를 포기했다"고 정치권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주부 김모(50)씨는 "어차피 그 사람이 그 사람인데 투표를 해봐야 바뀌겠느냐. 기껏 뽑아줘도 그 때뿐이더라"며 "기권하는 것도 부패한 정치를 비판하는 의사표현의 한 방법이 아니겠느냐"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대선이나 총선과 달리 후보자가 넘쳐나는 지방선거는 후보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못해 투표를 하지 않는 게 낫다는 유권자도 상당수다.

회사원 최모(29ㆍ여)씨는 "후보자는 한둘이 아닌데 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아 투표할 대상을 선택하지 못했다"며 "참정권이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라지만 잘 모르는 후보에 투표하느니 안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렇게 정치적인 이유로 비정치적인 계층이 돼 투표를 `안 하는 파(派)'가 있는가 하면 하고 싶어도 `못하는 파'도 있다.

회사원 정모(28ㆍ노원구 상계동)씨는 "올해 초 마포에서 상계동으로 이사를 왔는데 바빠서 동사무소에 이전신고를 못해 예전 주소지에서 투표를 해야 하는데 멀어서 가지 못했다"고 변명했다.

청주시에 사는 신모(28)씨는 "투표일이지만 회사가 쉬지 않아 출근하느라 투표를 하지 못해 안타깝다"며 "하루종일 해야 할 일이 있어 틈이 나지 않아 이번 선거엔 불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무능한 아빠'라는 ID(이용자 신분)의 네티즌은 "투표일에도 직장이 쉬지 않아 출근하려는데 7살 난 아들이 일어나서 `투표하고 여의도에 놀러가자'라고 말하는데 일순간 할 말을 잊었다"는 글을 올렸다.

특별한 이유없이 그저 `귀찮아서' 투표를 하지 않은 유권자도 있다.

대학원생 변모(30ㆍ관악구 봉천동)씨는 "선거 공보를 그냥 버렸더니 투표소가 어디인지 몰라 투표를 못했다"며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는 있겠지만 막상 나가려니 귀찮아서 그냥 하루종일 쉬고 싶어 포기했다"고 말했다.

디자이너 한모(29ㆍ강남구 논현동)씨는 "누가 당선되든 내 일상과 아무 상관도 없다"며 "이슈가 되는 서울시장 투표만이라도 할까 했는데 모처럼 쉬는 날인데 옷을 챙겨입고 밖에 나가기 싫어 투표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hsk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