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정치적 명운을 가를 5.31 지방선거가 16일 후보등록을 시작으로 보름간의 열전(熱戰)에 돌입한다.

여야는 이번 선거가 2007년 대선을 1년6개월 앞두고 치러지는 전국단위 선거로서 사실상의 `대선 전초전'의 의미를 갖는다고 보고 당의 사활을 건 총력전을 전개할 태세이다.

여야는 특히 이번주가 초반 판세의 흐름이 고착화되느냐, 아니면 반전의 물줄기가 형성되느냐의 여부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판단 하에 당조직 총력 가동과 전략지 집중 유세에 나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수세국면에서 탈출하기 위한 `뒤집기' 카드를 마련하는데 전력투구하기 시작했고, 한나라당은 초반부터 이어져온 승세를 다지기 위한 `굳히기' 전략에 온힘을 쏟고 있다.

◇열린우리당 = 16일 후보등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선거전의 막이 오르면서 우리당의 호흡이 한층 가빠지고 있다.

선거일을 보름 앞둔 현 시점에서 극적인 반전의 모멘텀을 찾지 못한다면 `참패'가 불보듯 뻔하다는 절박감과 위기감이 당내에 급속도로 고조되고 있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우리당은 금주부터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수도권과 호남, 충청지역을 중심으로 당 조직역량을 총력 투입, 대대적인 반격에 나설 태세이다.

`선택과 집중'의 전략으로 핵심 전략지역의 승부에 힘을 쏟겠다는 의도에서다.

이날 오전 중앙당에서 열린 중앙선대위원장단 2차회의는 사뭇 비장감이 어린 분위기 속에서 `반전카드'를 모색하는 자리였다는 후문이다.

`한나라당 11, 우리당 2, 민주당 2, 무소속 1'(광역단체장 기준)로 고착화되는 듯한 초반 판세의 흐름을 뒤집기 위한 특단의 `수'를 찾기 위해 고심하는 표정이 참석자들 사이에서 역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우리당은 금주의 최대 전략적 포인트로 5.18 기념행사를 잡았다.

이번 행사가 호남표심의 향방을 좌우하는 `지렛대'가 될 것이라는 판단 하에 소속의원 전원과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들이 17-18일 광주로 총집결시킬 예정이다.

정동영(鄭東泳) 의장은 "광주에서 5.18과 함께 (선거운동을) 시작하는 우리당이 대역전을 성공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당은 또 전국적 판세 측면에서도 조심스럽지만 긍정적 변화의 조짐이 있다는데 주목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이 압도적 우위를 달려온 충남.경기.제주지역의 판세에 변화가 일고 있다는 것. 충남.경기에서는 지난주부터 지지율 격차가 확연히 줄어드는 추세인데다 제주도는 3명이 오차범위 내에서 싸우는 호각지세여서 `해볼만 하다'는게 우리당 관계자들의 얘기다.

그런 한편으로 지도부는 몸을 한껏 낮추면서 `냉담한 민심'을 달래는데 주력하는 표정이다.

주말동안 수녀원으로 `피정'을 다녀온 정동영 의장은 "성찰과 반성의 시간을 보냈다"며 "국민 마음의 문이 열릴 때까지 더 낮추고 겸손하게 일하는 것 밖에 없다"고 말하고 "내부가 더욱 단합하고 집중적으로 노력하면 민심이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근태(金槿泰) 최고위원은 "국민의 기대에 비해 우리당이 충분히 응답하지 못해 시선이 냉담하다.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그러나 저희가 부족하다고 해서 공천장사와 매관매직하는 한나라당을 선택하는 비극적 상황이 없도록 분발해달라"고 촉구하고 "(국민들이) 삼세번 격려해줄 것을 감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 당 지도부의 지역별 유세계획 및 의원 유세지원단 구성 등 본격적인 선거전 준비에 착수했다.
당의 간판이자 인지도가 높은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16개 광역시.도에 최소한 한번 이상 방문해 지원유세를 벌인다는 원칙을 세우고, 이 가운데 접전이 예상되는 대전, 충남, 제주 지역에는 2-3차례 지원유세로 후보들의 뒷심을 받쳐준다는 복안이다.

이재오(李在五) 원내대표는 박 대표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전국 지원유세에 가세하기로 했다.

또 방송계 출신이나 인지도가 높은 스타급 의원들로 지방선거 유세 의원단을 꾸려 박 대표와 이 원내대표의 유세활동에 동행토록 한다는 것이다.

유세 의원단 구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한선교(韓善敎) 전여옥(田麗玉) 이계진(李季振) 이윤성(李允盛) 의원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박 대표와 이 원내대표는 오는 18일 광주 5.18 기념식에 함께 참석한 뒤 광주시당으로 자리를 옮겨 출정식을 겸한 선거대책회의를 열고 13일간 공식 선거운동의 스타트를 끊는다.

박 대표 등은 이날 광주 충장로 등에서 지방선거 첫 지원유세를 한 뒤 전.남북 다른 지역에서도 지원유세를 벌이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첫 유세지역으로 광주를 택한 이유는 이 지역에서 지방의원 비례대표를 배출하겠다는 목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출신 호남 지방의원은 현재 전.남북 도의원 각각 1명에 불과하며 광주에는 전무하다.

여기에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현재 2∼3%에 불과한 호남지역의 당 지지율을 두자릿수로 끌어올리지 않으면 안된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박 대표는 광주 선거대책회의에서 '광주시민에게 드리는 글'을 발표, 광주문화중심도시 프로젝트 지원, 호남고속철도 2015년 조기완공 등의 지역공약을 내놓을 계획이다.

한편 박 대표는 14일 밤 10시 KBS 1TV 정강정책 방송연설을 통해 지방선거에서 정권을 심판하고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루자고 유권자에게 호소한다.

이계진(李季振)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이번 지방선거는 노무현 정권의 중간심판이자 실패한 국가운영에 대한 심판"이라며 "흑색선전과 야당인사 인신비방, 빈번한 고소고발로 정권심판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17일에는 경기-인천-서울의 영문 이니셜을 딴 '키스(KIS)' 연합 정책공약 설명회를 갖고 지방선거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도권에서 동반승리를 이끌어낸다는 구상이다.

◇민주.민노.국민중심당 =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 등 지도부는 14일 광주에 총집결, 광주와 전남.북지역 선대위 발대식과 후보자 공천장 수여식을 잇따라 열고 `호남 석권' 의지를 다졌다.

민주당은 광주에서 우리당 이원영(李源榮) 의원의 `광주사태 질서유지군 투입' 발언, 우리당 광주시장 공천 논란 등을 비판하며 부동층 공략에 집중할 계획이다.

전남에서는 박준영(朴晙瑩) 지사 후보의 우위를 바탕으로 `굳히기'에 나서고 우리당 강세지역인 전북에서는 무능정권 심판론으로 `고토회복'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민주노동당은 이날 문성현(文成賢) 천영세(千永世) 공동선대위원장 주재로 여의도당사에서 중앙선거대책위 2차 회의를 갖고 정당지지율 15% 획득 및 `진보공직자 300명' 확보 목표를 재확인했다.

민노당은 각종 진보공약을 통해 양극화 해결 대안세력임을 부각시켜 기초의회 234개 선거구에서 1명씩의 당선자를 내고 광역단체장 선거에서는 울산, 부산, 광주, 인천에서 2위에 올라 `유일한 전국정당'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국민중심당은 타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는 충남에 `올인'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충청권 선대위원장인 심대평(沈大平) 공동대표가 충청지역 유세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심 공동대표는 이날 오후 충남도당에서 열리는 충남도 선대위 발대식에 참석, 충남지사 `수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추승호 노효동 기자 ch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