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초선 의원들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잇단 악재로 내년 대선에서 또 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지면서 '정풍운동'까지 벌일 태세다. '천막당사 2주년'을 맞았지만,그때의 초심을 잃고 수구 기득권적 웰빙당의 모습에서 전혀 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불만이다. 지난 2년간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을 비롯한 술자리 추태들이 연이어 터진 것 자체도 문제지만,유야무야하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게 단적인 예라는 것이다. 특히 공천 과정의 비민주성과 '황제 테니스' 논란,허남식 부산시장 부인의 관용차 사용 등이 기름을 부었다. 초선 의원들은 내달 초 전체 모임을 갖고 당 발전방향에 대한 의지를 결집할 예정이다. 한나라당 초선 의원은 69명으로,당 소속 의원(126명)의 절반을 넘는다. 이들이 한 목소리를 낼 경우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임을 계획하고 있는 김정훈 의원은 28일 "초선들 사이에선 '이대론 안 된다'는 위기 의식이 넓게 퍼져 있다"며 "무엇이 문제이고 어떤 걸 고쳐야 변화된 모습으로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는지를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다음 대선에서 지면 한나라당은 없어질 것이다. 정풍운동까지 벌여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영 의원은 "당의 문제점이 너무 많아 꼬집어 무엇이라고 말하기 어렵지만,무엇보다 반대 목소리를 인정하지 않는 게 가장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진 의원은 "반대 목소리를 내면 분열주의자로 몰리기 십상이어서 당내 민주화는 사라지고,활력도 떨어지고 비전도 없이 우왕좌왕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초선들은 7월 전당대회를 계기로 인적청산을 주장할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예상된다. 이에 앞서 고진화 정두언 의원 등은 지난 24일 '석고대죄하고 천막정신으로 돌아가야'라는 성명을 통해 "한나라당은 국민정당으로 나아가는 나침반을 잃고 항로를 이탈해 가고 있다"며 "지금 같은 모습이 지속된다면 제2의 당풍쇄신 운동의 깃발을 치켜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움직임에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초선 의원들의 입장이 계파별로 상당히 다르다. 이념적 성향의 폭도 넓다. 때문에 일치된 목소리가 나오기 힘들어 이들의 정풍운동이 자칫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