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제4차 6자회담이 북한의 '최종결단'을 기다리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의장국인 중국이 마련한 '6개항의 공동성명'에 대해 핵심 당사자인 미국과 한국은 물론 중국, 일본, 러시아 모두 '동의'의 뜻을 밝혔다. 이제 북한만 동의하면 새로운 북핵 문제 해결의 패러다임이 모습을 드러내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3일 오후 3시에 열리는 6개국 수석대표회의는 북한의 태도에 따라 협상 타결을 사실상 확인하는 중대한 자리가 된다. 현 상황에서 북한이 어떤 스탠스를 취할 지 속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북한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지난 달 26일 6자회담 개막식 인사말에서 '전략적 결단'을 촉구한 점을 감안하면 "북한의 결단이 임박했다"는 현지 외교소식통들의 분석에 무게감이 실린다. 그 만큼 북한이 이번 협상과정에서 그야말로 '진지하고도 실질적인' 협상자세를 보여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2일 밤 김계관 부상이 '돌연한 기자접촉'을 통해 처음으로 입장표명을 한 것도 과거와는 판이하게 내용과 형식이 달랐다. '벼랑끝 전술'의 일환으로 거리 홍보전을 일삼던 전례와 달리 차분하게 북한의 입장을 설명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도 "의견의 상이(차이)도 있지만 최대한 좁혀서 결과물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협상의 갈림길에서 이미 북한이 '타결'이라는 방향으로 몸을 돌린게 아니냐는 분석이 그래서 나오고 있다. 북한의 결단은 다른 5개국이 함께 촉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3일 숙소를 나서면서 기자들에게 "북한이 그들을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수석대표인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도 "(타결 여부는) 북한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북한'에 방점을 찍었다. 또 남한 수석대표인 송민순 외교부 차관보는 "각 국 모두가 승자가 된다는 입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기대한다"고 외교적 수사를 동원하면서 간접적으로 북한의 '잰걸음'을 유도했다. 그러면서 그는 "타결 될 경우 높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해 이번 6자회담 공동성명이 원하는 수준에 도달했음을 시사했다. 그렇다면 북한은 어떻게 나올까. 현지 외교소식통들은 "결국 흐름에 동참하지 않겠느냐"는 쪽에 동전을 던진다. 미국내 강경파들의 동향이나 일본 정가의 분위기, 그리고 전체적인 남북관계와 의장국인 중국의 입장 등등을 감안할 때 북한이 '판을 깨는' 무모함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추론인 셈이다. 또 남측이 이미 200만㎾의 전력제공을 제시했고, 미국도 관계 정상화 의지를 피력한 점은 북한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다만 그동안의 협상경험을 볼 때 마지막까지 카드를 숨기는 북한의 '전술'이 이번에도 동원될 가능성은 있다. 이 경우 약간의 시간끌기가 다시 나타날 수 있고, 협상 타결도 그에 따라 다소 늦어질 수 있다. 베이징의 외교소식통은 "북한의 선택은 이번 6자회담의 성패 뿐 아니라 향후 북한 핵문제, 그리고 나아가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를 가늠하는 풍향계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한반도의 정세가 거대한 물줄기를 돌리는 양상으로 전개되는 듯하다"고 말했다. (베이징=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