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5월31일 치러질 제4회 동시지방선거는 우리나라의 정치적 토양 속에 풀뿌리 민주주의가 확실하게 착근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지난 95년 6월 첫 동시지방선거 후 10년간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완성도를 높여온 지방자치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거듭나는 단계를 맞고 있다. 자치단체장 3선 연임 제한 폐지, 지방의원 유급화 등 현재 여야 정치권이 추진중인 지방자치제도 개선 입법이 실현되면 지방정치 무대의 저변이 넓어지고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섞인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치적으로 보면 내년 지방선거는 집권 4년차를 맞는 노무현(盧武鉉) 정부에 대한 종반평가의 무대이자 2007년 대통령 선거의 전초전이란 의미를 띤다고 볼 수 있다. 지방선거 결과가 반드시 대선의 성패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는 정당이 17대 대선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될 것인만큼 여야의 건곡일척의 승부가 예상된다. 우선 정부.여당의 입장에서 보면 내년 지방선거는 4년간의 국정수행에 대한 성적표를 받아드는 엄숙한 순간이자, 지방권력의 교체라는 `마지막 숙원'을 달성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현 여권은 2002년 대선승리와 2004년 17대 총선을 통해 정권재창출과 의회권력의 교체를 이뤄냈지만, 현재의 지방권력 분포도는 2002년6월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한나라당이 압도적인 우세를 점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이 압도하고 있는 지방권력을 여당이 대선과 총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 빼앗아 올 수 있을지 아니면, 한나라당이 수성에 성공할지 여부는 최대 관전포인트로 손꼽을 수 있다. 특히 한나라당 소속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과 손학규(孫鶴圭) 경기지사가 대권행을 위해 불출마를 밝힌 가운데 여당이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광역단체장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이다. 또 여당은 영남과 호남에서 각각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아성을 깨뜨려야 하는 버거운 숙제도 안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는 또 선거의 직접적인 결과와 무관하게 당내 대권 경쟁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실제 지방선거를 전후해 각료로 `외도중'인 정동영(鄭東泳) 통일장관과 김근태(金槿泰) 보건복지장관 등 대권 주자들이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나라당의 입장에서 볼 때 내년 지방선거는 민심의 소재를 실증적으로 확인함으로써 17대 대선에서의 집권 가능성을 점쳐보고 유권자에게 수권 능력을 가진 정당임을 각인시킬 수 있는 중대한 전환점이다. 대표임기 만료를 48일 남겨두고 지방선거를 치르는 박근혜(朴槿惠)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 등 한나라당내 대권주자들이 지방선거를 무대로 벌이게 될 치열한 리더십 경쟁도 주목할만하다. 광주시장과 전남지사 등 2곳의 광역단체장을 확보하고 있는 민주당이 호남권에서의 지지세 회복 조짐에 힘입어 내년 지방선거에서 최근 몇 차례의 재.보선에서 보여줬던 `호남 불패'의 신화를 이어갈 지도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울산 북구와 동구 등 2곳의 기초단체장과 11명의 광역의원을 확보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은 내년 지방선거를 통해 울산광역시장 등 광역단체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 당선자를 배가하기로 하는 등 지방 저변 확대에 당력을 총동원할 방침이어서 성공 여부가 주목된다. 또 충청권에서 심대평(沈大平) 충남지사를 중심으로 한 중부권 신당세력이 선전 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내년 지방선거를 전망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정계재편의 가능성이다. 현재의 정당 구도가 그대로 유지된 상태에서 내년 지방선거를 치른다고 가정할 경우 열린우리당이 고전을 면치 못할 가능성이 높아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통합 또는 연합공천, 다양한 형태의 선거공조 논의가 활발하게 제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현재 여당과의 합당론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고 연합공천가능성도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선거구도에서 비롯되는 압박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충청지역을 새로운 텃밭에 편입시키고자 하는 열린우리당으로서는 중부권 신당세력과의 제휴 및 연대 가능성도 배제해 둘 수 없을 것 같다. 내년 지방선거는 또 차차기 대권주자의 반열에 오를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는 데뷔무대의 의미도 갖는다. 조 순(趙 淳) 고 건(高 建) 전 서울시장과 이명박 서울시장, 이인제(李仁濟) 전 경기지사와 손학규 현 경기지사 등이 모두 수도권 광역단체장을 거쳐 대권주자의 대열에 합류했고, 이같은 정치적 스타 탄생의 공식은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유효할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