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7월이후 10개월 여만에 처음으로 머리를 맞댄 남북 당국간 회담 대표들간 16일 만남은 시작은 화기애애했지만, 회담은 실무적으로 진행됐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이봉조 통일부 차관은 회담에 앞서 회담장인 개성 자남산 여관에서 북측 단장인 김만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부국장을 만나 "오랜만입니다"라고 인사를 건넸고 김 단장은 "잘해보자"고 화답했다. 김 단장은 이어 이 차관과 남북 장관급 회담 대표로 7차례나 만난 적이 있음을 상기한 뒤 "둘 사이에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이바지하는 데에 남다른 시대적 사명이 더 큰 것 같다"면서 "이런 인연을 잘 살려 회담에 대해 큰 관심과 기대를 갖고 있는 겨레에 큰 기쁨을 주는 좋은 회담이 되도록 하자"고 나름의 기대를 내비쳤다. 남측이 이번 회담 의제 중 하나로 줄기차게 북핵 문제를 거론함으로써 자칫 회담 자체가 서로 얼굴을 붉히고 끝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았지만, 회담의 시작은 상당히 화기애애했고 회담 자체는 `매우 실무적으로' 진행됐다. 이 차관은 오전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회담이 "매우 실무적으로 진행됐다"고 전했다. 특히 남측은 이날 오후 열린 양측 수석대표 접촉을 통해 북핵 문제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 것은 물론 북한에 6자회담 조속 복귀를 재차 촉구하고 북한이 회담에 복귀할 경우 `중요한 제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혀 6자회담 복귀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중요한 조치'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남측이 16∼17일 차관급 회담은 물론 다음 달에 열자고 제안한 제15차 장관급 회담을 통해 교착상태에 놓인 6자회담의 물꼬를 틀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는 뜻을 분명히 전달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는 중요한 제안이 관련국과도 협의된 것이냐는 질문에 "현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면서도 "우리측이 여러가지 진전을 시킬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관련국들과 협의해 과거 1.2차와 달리 3차에서는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냈던 전례에 따라 그런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의미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관련국들과 협의해 제안을 하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측은 남측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정면 대응하지 않고 경청하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은 남북관계 정상화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우리측에 "조문불허, 작전계획, 충무작전, 한미합동군사훈련 등의 재발방지 조치"를 요구했지만 남측은 충무작전이나 한미합동군사훈련 문제 등은 북측이 그동안 줄곧 해온 얘기들로 회담의 방향을 바꿀 만한 소재는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차관 역시 이 같은 북측의 요구에 대해 "남북관계의 현실상 아직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고 이런 문제들은 앞으로 남북이 대화를 계속해 나가면서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해소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북측은 예상했던 비료 지원은 물론 식량 지원도 요청했다. 이 차관은 "북측은 절박한 사정을 설명하면서도 동포애와 인도적 차원에서 비료지원을 요청하고 식량지원 문제도 제기했다"고 소개했다. 남측은 예년 수준인 20만t을 즉각 지원키로 하고 추가 지원 규모에 대해서는 다음 달 열자고 제안한 제15차 장관급 회담에서 추가로 논의하자고 말했다. 이 차관은 이날 오전 김 단장과 만나 ▲상호존중과 신뢰의 원칙 ▲합의된 사항은 합의대로 준수 ▲진실한 대화 등을 회담의 원칙으로 제안했고 김 단장은 "이번 회담으로 북남관계에 가슴을 졸였던 겨레의 마음을 활짝 뚫어주는 건강한 회담이 되기를 바란다"면서 "중요한 것은 이런 마음이고 마음의 뜻의 기준은 6.15 남북 공동선언 정신"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 정신에 맞춰 우리가 풀어 나가야 한다면 그 것은 `우리민족끼리'의 이념"이라고 덧붙였다. 남북관계 정상화에서 북핵 문제에 이르기까지 `상호 존중과 신뢰의 원칙'(이 차관)과 `우리 민족끼리의 이념'(김 단장)이 어느 정도 조화를 이뤄 어떤 결실을 거두게될 것인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지일우 기자 ci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