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은 북한 핵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위해 "건설적인 방향으로 강화된 외교적 조치를 강구할 여지와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6자회담의 다른 주요 당사국들과 함께 구체적인 협의를 벌여나가기로 했다. 지난 이틀간 미 행정부 고위실무자들과 두루 접촉한 송민순(宋旻淳)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12일(현지시간) 특파원들과 만나 이같이 밝히고 이는 러시아 전승 60주년 기념 행사를 전후한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정상들의 다각적인 연쇄 회동과 접촉 결과도 "감안하고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차관보는 또 최근 북한 함북 길주 핵실험 준비설에 대해 미국측과 정보를 평가한 결과 "관련 보도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할 정보가 없고, 미국의 대북 폭격 준비 보도는 전혀 근거가 없고 타당성도 없으며, 지금으로선 그 가능성 마저 뒷받침할 만한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우즈베키스탄 방문을 수행중인 반기문 외교장관은 "북한은 기회를 놓치면 안되며 이런 기회가 점점 없어지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하고,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도 북핵 문제에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북한의 핵실험 준비설로 인해 위기감이 고조돼온 북핵 문제가 '핵실험은 국제사회의 금지선'임을 확인한 뒤 새로운 외교적 타개책 모색이라는 변곡점을 맞을지 주목된다. 송 차관보는 '강화된 외교조치'에 대해 "반드시 미국만의 조치가 아니라 다른 주요 당사국들이 취할 수 있는 조치도 포함된 것이며, 양과 질 양면에서 강화된 것"이라고 말해 기존과 다른 차원의 새로운 조치도 모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송 차관보는 그러나 미국측과 협의에서 "북핵 문제가 계속 유동적이고 해결이 지연되는 것에 대한 우려와 이런 상태가 끝없이 지속될 수 없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북한 핵문제의 유엔안보리 회부 등 대북 강압 조치 가능성에 대해 송 차관보는 "우리의 시계(視界)에 있는 가능성을 얘기해야 하는데, 안보리 회부 가능성의 경우 그것을 현실화하는 상황이 전개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송 차관보는 "북한이 지난 수개월동안 미국과 비공식 접촉에서 북ㆍ미간 비공식 양자대화를 가지면 고농축우라늄(HEU) 문제를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말해왔다"는 미 군축협회보 5월호 보도에 관한 질문에 "미국이 그런 얘기에 무게를 두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방미에서 미국측이 한ㆍ일 역사 분쟁에 대해 "한국과 일본 모두 미국의 중요 동맹으로서 아시아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우려를 표시한 데 대해 "노 대통령도 (역사분쟁외에) 한ㆍ일간 통상적인 관계는 그에 따라 해나간다고 밝혔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입장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윤동영 특파원 y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