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균형자 역할'론은 한국이 초강대국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거나 어떤 중립적 입장"을 취하겠다는 게 아니라 "한ㆍ미동맹과 미국의 지도력이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상호번영과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점을 기본 개념으로 하고 있다"고 홍석현(洪錫炫) 주미대사가 11일(현지시간) 말했다. 홍 대사는 워싱턴 민간연구소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연설에서 동북아 균형자 역할론은 한국이 '초강대국간 경쟁에 희생됐던' 과거를 되풀이 하지 않도록 역내 "조화와 평화 및 번영의 증진 역할을 더욱 능동적이고 역동적으로 해나가야 한다"는 뜻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홍 대사는 "한국은 이웃나라를 침략하거나 위해하지 않은 유일한 나라로서,역내 평화조정자와 공동체 건설자로서 도덕적 우위와 정통성을 갖고 있으며, 미국 역시 영토적 야심이 없다는 점에서 한국은 한ㆍ미 양자간 굳건한 동맹을 기반으로 안정 혹은 균형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ㆍ미 동맹의 미래 전망에 대해 홍 대사는 "앞으로 50년 동안도 양국의 동맹이 번영하고 생산적이 되기 위해 우리는 더욱 포괄적이고 역동적인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을 게을리 말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 미국은 오늘날의 한국이 50년전과 크게 달라진 점을 인정해야 하며, 한국은 한ㆍ미 동맹의 지난 50년 성과와 미래 가망성을 젊은 세대가 더 잘 알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홍 대사는 특히 양국 동맹의 안보 측면에 대해 "한국이 동맹의 책임을 더 크게 져 나갈 태세가 돼야 한다"며 현재 한국의 주한미군 주둔 비용 분담률이 약 50%임을 지적, 이를 높여나가야 한다는 뜻을 밝히고 "이는 노 대통령의 협력적 자주 국방 개념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대사는 이와 함께 한ㆍ미 안보동맹의 주목적이 앞으로도 "북한의 위협을 억지하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 대사는 한ㆍ미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검토 작업을 더 진전시킬 것을 촉구하며 "양국 통상장관들이 내달초 만나 지금까지 진행된 실무차원 논의의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반미감정에 대해 홍 대사는 "문화와 가치체계가 다른 중동에서의 반미주의와 근본적으로 달리 특정 문제나 사건에 따른" 견해 표출이라며 "뉴욕의 센터럴 파크에 외국군 기지가 있다면 젊은 뉴욕 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할 것이며, 워싱턴 수도권에서 외국군 장갑차가 관련된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하면 여론이 어떻겠느냐"고 반문했다. 홍 대사는 이와함께 광주 민주화운동을 이용해 "전두환(全斗煥) 장군이 권력을 잡고 약 300명의 무고한 시민이 학살당했으나 미국은 이를 묵인한 것처럼 인식되고 있고, 1981년 초 레이건 미 대통령이 첫 외국 손님으로 전 장군을 받아들인 것은 미국이 전 장군을 승인했다는 인식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며 "그 결과 80년대 반정부 시위가 반미시위로 변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반미감정의 연원을 설명했다. 홍 대사는 이런 배경으로 인해 "386세대가 현재 한ㆍ미 동맹의 중요성에 대해 학습하는 과정임을 부인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이들은 민족주의적이긴 하지만 그러나 자유, 민주주의, 사회 정의를 추구하는 신념면에선 미국의 정치지도자들과 공통점이 많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연합뉴스) 윤동영 특파원 y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