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4일 북한이 6자회담 복귀의 조건으로 내건 `대북 적대정책 철회'에 대한 입장을 구체적으로 밝혀 주목된다. 에번스 리비어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대리가 한국계 연구소인 한미연구소주최로 개최된 심포지엄에 참석해 "우리는 북한에 대해 적대정책을 갖고 있다는 북한측의 주장을 결코 받아들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것은 다시 말하면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갖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미국이 북한의 대북 적대정책 주장에 대해 이런 방식으로 말한 적은없었다. 그는 또 "적대적"이라는 비난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그의 말은 적대적이라는 말은 정당하지도 않고 적대정책이 존재하지도 않으므로 적대정책 포기란 있을 수 없다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북한은 지난 10일 핵무기 보유를 천명하고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을 이유로 6자회담에 무기한 불참하겠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그러나 최근 중국의 왕자루이(王家瑞)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평양을 방문한 뒤 "조건이 성숙되면"이라는 전제를 달아 6자회담에 복귀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언론보도를 통해 나타난 북한의 입장을 보면 북한은 구체적인 회담 복귀 조건으로 미국이 북한체제의 전복이나 변형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천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성렬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는지난 17일 "미국이 상호 공존 및 내정 불간섭을 약속하고 회담의 실질적 결과를 보장한다면"이라는 조건을 내세워 회담 복귀를 할 수도 있음을 밝혔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와관련 지난 22일 중국의 닝푸쿠이(寧賦魁) 한반도 문제 담당 대사의 말을 인용해 북한에 있어 현재 가장 중요한 말은 "적대적 의도가 없다(nohostile intent)"는 미국의 발표라고 보도했다. 리비어 차관보 대리는 "이 말을 공개적으로 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 대해 적대적이라고 비난하는 것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서"지난해 6월 북한이 다음 6자회담 참가를 약속할 때에는 조건이 없었으므로 아무런조건없이 회담에 복귀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비어 차관보 대리의 이같은 발언은 북한의 요구사항을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얘기할 것이 있으면 회담의 틀 내에서 하라"는종전의 입장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은 것이다. 그는 이어 "북한이 회담에 복귀할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북한에 물어보라" 고 말해 공은 북한쪽으로 넘어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과 일본은 지난 19일 외무 및 국방장관간의 이른바 `2+2' 회담에서 북한이6자회담에 '무조건, 신속히' 복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 바 있다. 시간이 갈수록 북핵 문제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우려와 갈등이 깊어질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미국이 북한이 요구하는 조건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북한의회담 복귀는 중국측의 대북 압력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미국으로서는 북한이 핵폐기쪽으로 움직인다면 대북 경제지원과 북미관계 정상화 등의 당근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을 뿐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북한과의 직접적인 접촉은 아직 생각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리비어 차관보 대리는 북한에 대한 채찍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았다. 단지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받는 식량원조 등을 염두에 둔 듯 "북한이 국제사회의 선의에너무 크게 의존하고 있다"면서 "그런 선의를 부양하는 방법은 지난 몇달간 사용한것같은 말로 성명을 내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일 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북핵문제를 상정할 수도 있다는 일부일본 언론의 보도를 부인하면서 아직은 외교를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초점은 외교"라면서 "외교가 일부 결실을 거두기 시작할 것을 희망하자"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대영 특파원 k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