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임채정(林采正) 의장의 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소득 2만달러 선진한국 비상을 지향점으로 삼아 광복 60주년인올해 `민생경제.사회통합.한반도 평화정착'이라는 3대 국정 중심과제의 토대를 구축한다는 비전제시에 초점을 맞춘게 특징이다. 임 의장은 지난 18일 새해 연두회견을 통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집권 3년차를 뒷받침할 당의 실용노선과 목표를 큰 틀에서 제시한데 이어, 이날 대표연설을통해서는 경제, 교육, 노사관계 등을 망라한 대국민공약과도 같은 각론을 내놨다. 특히 임 의장의 연설은 노 대통령이 연두회견에서 밝힌 국정기조와 거의 맥을같이 하고 있어, 올 한해 당정청(黨政靑)이 일체감을 높이며 안정적인 국정운영에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가 읽혀지고 있다. 무엇보다 임 의장은 이날 22쪽 분량의 연설원고중 절반을 경제문제에 할애해 올들어 여권의 국정기조로 부각되고 있는 `경제 올인' 의지를 투영시키는 데 주력했고,`국민과 함께.민생 속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현장정치 강화를 선언함으로써집권여당의 실사구시형 행보를 예고했다. 이번 연설은 선진한국 목표 제시와 함께 경제활력 회복에 최우선 순위를 두면서선진사회협약 체결 등 12가지의 대국민 약속을 밝혔던 신년회견의 `개정증보판'이라할 만큼 전반적인 기조가 일치했다. 임 의장은 이날 연설에서도 선진사회협약과 관련, "소득 2만달러 시대를 앞당기고 선진국가 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라며 "올해 안에 반드시 대기업과 중소기업, 기업인과 노동자, 기업과 금융기관 등 각 분야별 타협을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임 의장은 또한 "올해를 본격적인 투자활성화와 일자리를 만드는 한해가 되도록전력을 다하겠다"면서 재정 조기집행, 제2의 정보통신산업 활성화, 종합투자계획 신속 추진, 혁신형 중소기업 육성 등 이미 제시됐던 정책과제들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임 의장은 연두회견과 달리 과거 분식회계 집단소송 유예 문제로 논란을빚고있는 증권집단소송법 개정안과 관련, "과거 분식회계에 대해서는 기업들이 한번정리할 기회를 부여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전향적인 `대기업 정책'을 추가했다. 임 의장은 이와함께 올해 소상공인 자금지원 5천100억원으로 확대, 규모화된 쌀전업농 7만호 육성, 보육시설 1천200억원 지원 등 서민중산층 대책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는 것으로 정책의 신뢰도를 높이려는 데 진력했다. 이밖에 임 의장은 대대적인 질적 대학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임을 예고, 노 대통령이 김진표(金振杓) 의원을 교육부총리로 중용한 의미를 재삼 부각시켰다. 그러나 이날 연설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은 국가보안법과 과거사법(`진실과 화해법'), 사립학교법 등 여야를 가르고 있는 쟁점법안들에 대한 임 의장이 `언급'에 모아졌다. 임 의장은 이들 입법에 대해 "정기국회에서 미처 다루지 못했거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면서 "여야가 합의한대로 이번 국회에서 실질적인 논의를 통해 마무리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짧고도 완곡한 어법이지만 전날부터 정세균(丁世均)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이들법안에 대해 상임위 중심의 논의를 강조하며 대야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데에서한발짝 더 나간 것이어서 주목된다. 특히 정 원내대표는 여야간 지난해말 합의사실을 상기하면서 과거사법과 사립학교법은 2월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말한데 비해 국보법은 `다뤄져야 한다'고만 언급했으나 임 의장은 이들 법안을 한묶음으로 세워 마무리되기를 기대한다고 표현,차이를 보였다. 임 의장은 물론 `여야가 합의한대로'라는 전제를 깔아 해석에 논란이 있을 수있으나 한나라당이 이들 법안에 대해 "상임위 밖 별도 틀을 통해 시간을 두고 천천히 논의하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점에 비춰볼 때 이번 국회에서도 여야간 대치격화로 정국 긴장도가 다시 높아질 가능성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특히 임 의장이 "개혁은 발전을 위한 동력"이라는 전제 아래 3대 국정 중심과제를 추진하기 위해 변화와 개혁을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함으로써 실용으로 치우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론에 대해 `민생.개혁 양날개론'으로 답변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라는 지적이 없지 않다. 경제가 서서히 살아나는 조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집권여당이 이같은 분위기를동력으로 삼아 전통 지지층을 겨냥한 개혁드라이브에 언제든 재시동을 걸 수 있음을암시하는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임 의장은 또 신행정수도 후속대책과 특별법 제정도 이번 국회에서 처리하는 데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해 정부여당의 후속대책을 국가 중추행정기관의 과다한 이전이라며 반대하고 있는 야당과의 절충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